시진핑도 기름 부었다…아찔한 ‘에브리싱 랠리’

염지현, 김원 2025. 1. 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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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물가 비상


새해부터 천연가스·원유 등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 우려가 가중되는 분위기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13% 뛴 73.96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26일(69.62달러)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10월 14일 이후 석 달여 만에 가장 높다. 중국 효과가 크다. 내수부진 등으로 중국 경제가 어렵지만, 국가 주도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목소리에 ‘수퍼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커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경기가 회복하면 원유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 유가에 반영되고 있다.

미국 동부 등지에 이달 한파가 몰아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 것이란 예측도 유가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다. 미국에선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한파 수요를 대비해 가스 관련 기업들이 천연가스를 미리 쟁여두면서다. 지난달 24일과 30일에 MMbtu(미국 가스 열량 단위)당 3.9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달 초(3.21달러)와 견줘 한 달 사이 21.5% 치솟았다. 여기에는 전쟁 여파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하는 가스관을 차단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커피·코코아 등 농산물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아라비카 원두(선물 가격)는 지난달 파운드당 3.3달러를 넘어서며 1977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원자재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꼽았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대이란 압박 정책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커지면 국제유가가 더 뛸 수 있다”며 “겨울이란 계절적 수요까지 영향을 미쳐 에너지 가격은 1분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트럼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고관세와 불법 이민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름값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유탄을 맞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L당 8.8원 상승한 1671.0원을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이 흐름대로라면 다음 주보다 그다음 주에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설 성수기를 앞두고 배추와 무 소매가격은 1년 전의 1.5배에서 두 배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3일 기준 한 포기에 5027원으로 1년 전(3163원)보다 58.9% 상승했다. 평년가격(3754원)에 비해선 33.9% 올랐다. 무는 한 개에 3206원으로 1년 전(1807원)보다 77.4% 올랐다. 이는 지난해 여름철 폭염과 추석 이후까지 이어진 늦더위로 최근 출하량이 줄어든 여파다.

과일값도 다시 꿈틀대는 중이다. 배(신고) 평균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24.6% 노지 감귤은 12.3%, 딸기는 10.4%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사과(후지)는 1년 전보다 10.2% 내렸지만, 평년보다는 가격이 3.1% 높다. 정부는 설 성수기를 앞두고 이르면 이번 주 물가 관리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공급을 확대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할인 행사를 최대 규모로 지원해 소비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염지현·김원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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