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양심과 치매 위험

2025. 1.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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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는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예측 인자를 발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덜 양심적으로 살았다'는 자기 인식이었는데, 이 인식이 강할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이와 반대가 되어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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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는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예측 인자를 발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소는 181개의 잠재적 위험 요인을 검토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덜 양심적으로 살았다’는 자기 인식이었는데, 이 인식이 강할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유가 뭘까.

먼저, 양심적인 사람은 비양심적인 사람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낮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염증과 함께 해마 위축 등 뇌 구조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져서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양심적인 사람은 사회적으로 강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고, 이런 활발한 사회적 활동은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이와 반대가 되어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을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 자체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한다.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문화가 양심의 존재를 인정한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은 양심의 인도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두려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양심의 명령을 어기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최근 구미시장은 가수 이승환에게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고 기재된 서약서에 서명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관 규정에 따라 취소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승환이 서약서를 쓰지 않자 구미시장은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했다. 구미시장은 기자회견과 언론기고문을 통해 그 이유를 ‘이승환이 서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승환은 결국 1000여 명이 예매한 공연을 하지 못했다.

구미시장의 ‘양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승환 측은 구미시장을 상대로 공연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구미시장의 서약서 강요가 양심의 자유 중 양심을 언어로 표명하지 않도록 강요받지 않을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제기한다고 한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았고, 권한대행도 임명하지 않다가, 권한대행의 대행이 마지못해 2명을 임명해 가까스로 8명의 헌법재판관이 된 헌법재판소. 그렇게 임명된 국민의힘 추천 조한창 헌법재판관은 취임식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초대 헌법재판관이었던 알비 삭스의 책 ‘블루 드레스’ 중 ‘국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판결을 통해 나라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판결에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편향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공직자 탄핵 사건에서 그가 과연 ‘양심’에 따를지 지켜볼 일이다.

역사를 반추해 보면, 때로는 일시적으로 ‘비양심’이 득세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양심’이 승리했다. 2025년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양심’과 ‘비양심’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2025년에도 ‘양심’이 승리하리라 믿는다. 이런 믿음만으로도 치매 위험이 낮아지지 않을까.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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