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2’ 황동혁 감독 “선거 제도 허점 많은 현실…다수결 옳은가 질문”

정진영 2025. 1. 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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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편화한 다수결 투표 제도는 늘 선하고 옳은 결과로 이어질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잘못 굴러가는 제도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혁명을 통해 망가진 사회를 뒤엎을 수 있을까.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오징어 게임2)는 이야기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동혁 감독은 “시즌2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우리를 완벽히 대표하는 제도인가, 다수결은 옳은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며 “최근 들어 선거 제도의 허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제왕적 대통령제에 가까운 나라들에서는 한 사람의 힘이 너무나 결정적이고, 특히 한국은 5년에 한 번 뽑히는 대통령에 따라서 나라가 많이 좌지우지되다 보니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대통령 관저 등지에선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모이고, 서로 싸울까 봐 경찰이 선까지 그었다고 한다”며 “(시즌2) 게임장 숙소 안에 선을 긋고 싸우는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2’에는 이 잔인한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를 두고 OX로 편이 나뉜 참가자들이 투표를 진행하며 치열하게 대립한다. 게임을 중도 포기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확보한 뒤에 해야 한다는 참가자들과 목숨이라도 부지하려면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참가자가 나뉘어 서로를 죽이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사달을 만든 게임의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임을 강조하며 방관한다.

황 감독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데,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건 사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제도 아닌가. 하지만 선거 때문에 모든 탓은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사회가 힘들수록 이에 대한 분노는 위로 향해야 하지만, 오히려 서로에게 삿대질하고 있다. 그래서 성기훈(이정재)이란 인물을 통해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것은 저 위다’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시즌2는 허무맹랑한 이상주의자 돈키호테 같은 성기훈이 혁명을 일으키고 처참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려서 이 게임을 나가겠다고 했던 성기훈은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바뀌고, 결국 친구마저 잃게 된다.

황 감독은 “시즌1은 경쟁주의 사회의 모습을, 시즌2는 그것으로 인해 망가진 사회를 우리가 투표나 혁명으로 바꿀 수 없음을 보여줬다. 대의와 이상을 꿈꾸는 성기훈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시즌3은 그로 인해 좌절하고 죄책감과 원망에 사로잡힌 성기훈이 자기 자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고뇌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2’는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의 전통 놀이를 대거 등장시켰다. 5인6각 경기에서는 딱지치기, 비석 치기, 공기놀이,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를 한 번에 보여준다. 기훈의 팀이 게임을 할 땐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흘러나온다. 황 감독은 “시즌1을 통해서 딱지치기나 달고나 같은 한국의 놀이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나. 한국의 놀이를 많이 알리고 싶어서 한 게임에 여러 놀이를 묶었다”며 “시즌1이 잘 됐으니 ‘그대에게’를 모르면 해외에서 오히려 알려고 할 것이란 자신감, 배짱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시즌2의 뒷이야기인 시즌3는 올해 공개된다. 현재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시즌3에는 철수도 등장하고 (다른) 게임도 나온다“며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래서 충격이 좀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셨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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