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민 2명 들이받은 후 안락사 위기…광교 꽃사슴의 결말
경기 수원 도심 공원과 산책로에 출몰해서 시민 2명을 다치게 했다가 포획된 이른바 ‘광교산 꽃사슴’이 지난달 한 농가에 입양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시는 국가 동물 보호 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 입양 절차를 밟은 결과 지난해 12월 9일 충남 아산 소재 한 농가 관계자 A씨에게 광교산 사슴이 입양됐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포획된 사슴을 임시로 보호하고 있던 농가 측의 가족이라고 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입양자가 본인의 신원 등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사슴을 반려동물 목적으로 입양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사슴은 지난해 1월부터 수원 광교산 일대에서 목격됐다. 사슴은 유해 야생동물로 구분되지 않아 수원시는 적극적인 포획 등 조처를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부터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광교산 인근 공원과 등산로에서 사슴을 봤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해 11월 6일엔 영통구 광교 호수공원 및 장안구 광교저수지 산책로에서 사슴에게 받히고 뿔에 찔려 다쳤다는 신고가 2건 접수됐다.
이에 수원시는 포획 전문가와 공무원, 경찰·소방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구조단을 꾸려 사슴 포획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9일 마취총을 이용해 사슴을 생포했다. 해당 사슴은 생후 8년가량 된 수컷 꽃사슴으로 다른 종과 교잡한 중·대형급으로 확인됐다.
수원시는 해당 꽃사슴에 대해 야생 사슴이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고, 경기도권에선 찾기 어려워 인근 농가에서 유기·유실된 것으로 추정했다. 수원 광교 인근엔 사슴 농장이 없고, 수원 권선구 오목천동·당수동 2곳과 인접 지역인 용인시와 의왕시에 각각 2곳, 1곳 사슴 농장이 있다.
수원시는 실종동물찾기 공고를 냈지만, 해당 꽃사슴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가 나타나지 않아 입양 절차를 진행했다. 보호 기간은 보통 1년으로, 해당 기간 동안 사슴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여부가 검토된다.
시는 해당 꽃사슴이 안락사 되지 않도록 직접 농장 등을 수소문하다가 A씨가 입양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 시는 지난달 12일 해당 사슴을 사육하는 현장을 방문했는데 포획 당시 야위었던 사슴은 살이 올라 덩치가 커졌고, 털에도 윤기가 흘렀다고 한다. 시는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꽃사슴에 대해 “광교산에서 생활하다가 포획됐으니 ‘광교’라는 이름이 어떻겠나”라고 A씨에게 제안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당시 번식기로 날카로워진 사슴에게 사람들이 다가오면서 시민 피해가 발생했다”며 “사슴이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이 됐으니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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