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보다 더 많이 언급된 윤석열, 검찰이 본 12.3 내란 사태

김종훈 2025. 1. 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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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공소장 분석] 국방장관 등과 사전 모의 후 구체적 지시까지... "폭동 일으켰다" 정의

[김종훈 기자]

▲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 24년 10월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왼쪽)이 함께 사열하고 있다.
ⓒ 국방부
4일 공개된 83페이지 분량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는 '피고인'보다 '대통령'이 더 많이 거론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수사 결과가 담긴 이 공소장을 살펴본 결과, '대통령'이란 단어는 대통령실,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제외하고도 141차례 언급됐다. 반면, 김 전 장관을 가리키는 '피고인'이란 단어는 124차례 거론됐다. 바꿔 말하면 기소 당사자인 피고인 김용현보다 대통령 윤석열이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훨씬 책임이 큰 인물임이 공소장 언급 횟수로 확인된 거다.

검찰은 공소장 중 '피고인과 사건관계인들의 신분 및 지위' 부분에서도 윤 대통령의 충암고 졸업, 사법시험 합격, 연수원 수료, 검사 임관 및 검찰총장 퇴직, 대통령 선출, 탄핵 소추 의결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윤 대통령을 '피고인 김용현'보다 더 비중 있게 먼저 소개했다.

김 전 장관은 내란·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고,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석열, 군 출신 인사들 만나며 '비상대권' 운운

왜 그랬을까? 검찰이 김 전 장관 공소장에서 'Ⅱ.내란'으로 명명한 부분을 보면 답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상황이 더욱 가중되자, '반국가세력 정리'를 운운했다. "(윤 대통령이) 평소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종북주사파를 비롯한 반국가세력들을 정리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반국가세력을 정리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헌법 가치와 헌정질서를 갖추어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 나는 대통령이 끝날 때까지 이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자주 하였다"는 것. 또 이에 김 전 장관 등은 적극 동조하였다고 했다.

특히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경제 위기가 가중됐으며, 야당을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는 한편 선거관리위원회 보안시스템의 취약성이 선거 결과에 부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현 정치 상황에 대한 불만을 주요 군 지휘관들과의 모임에서 털어놓기 시작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2024년 3월 말~4월 초순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장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함께 식사하면서 '시국상황이 걱정된다.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2024년 4월 중순께 서울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당시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노동계, 언론계, 이런 반국가세력들 때문에 나라가 어려움이 있다'라며 시국상황을 얘기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대통령 윤석열이 군 지휘관들을 불러 정치 상황을 계속 언급하며 "현재 사법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므로, 비상조치권을 사용하여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밝혔다.
윤석열, 김용현 국방부장관 임명... 비상계엄 모의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장관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 임명한 것을 비상계엄 사전 모의 및 준비 과정이라 봤다.

김 전 장관은 취임 당일 내란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유임 조치를 취했다. 당시 문 전 사령관은 '정보사령부 군무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한 하급자 폭행 및 직권 남용 혐의를 받아, 전임 국방부 장관이었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인사 조치를 검토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이렇게 유임된 문 전 사령관은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이 2024년 11월 9일 서울 산구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 2층 식당에서 김용현 전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비상계엄에 대한 사전 논의를 했다고도 적시했다.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답이 있었고, 윤 대통령은 특전사령관과 수방사령관에게 각각 "특전사는 예하 부대 준비태세를 잘 유지하겠습니다", "출동태세를 갖추겠다"라는 답을 듣고 부대편성에 관해서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윤석열 구체적 지시... 김용현 내란 실행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위한 실질적인 지시를 내렸고 그에 따른 보고가 이뤄졌다고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4년 12월 1일 11시경 피고인 김용현을 불러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 등을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병력 동원과 관련하여서는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3만 명 정도 동원이 되어야 할 것인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피고인 김용현은 계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는 '첫 번째로 계엄 선포문이 있어야 하고 이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두 번째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세 번째로 포고령이 필요하다'고 보고하였으며, 윤 대통령은 피고인에게 '준비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이에 피고인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의 초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고, 이를 검토한 대통령은 포고령 중'야간 통행금지' 부분을 삭제하는 등 보완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피고인은 12월 2일 저녁 위 보완 지시대로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 포고령을 수정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하였고, 대통령은 수정된 위 문건들을 검토한 후 별다른 수정 없이 '됐다'고 말하여 이를 승인하였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해당 포고령을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과거 포고령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비상계엄 선포... 헌법상 요건 해당되지 않아", "폭동일으킨 것"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4.11.11
ⓒ 남소연
검찰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판사에 대한 탄핵까지도 검토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며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과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작 등으로 국정운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위와 같은 사정들은 헌법상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인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병력으로써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계엄법상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인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후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하려고 한 점을 명시하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정당제도와 헌법기관인 국회 및 선거관리위원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하였다"고도 지적했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의회제도를 부인하고 영장주의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기능을 소멸시킬 목적이었다"며 이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모의 및 준비였다고 결론 내렸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군방첩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정보사령부 등에 소속된 무장 군인 1605명과 경찰청 및 서울특별시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소속된 경찰관 약 3144명 등을 동원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도 정의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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