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스텔스기 다 띄웠다…中, 트럼프에 '무력 과시' 속내 [글로벌 리포트]

이승호 2025. 1.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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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2월 중국 하이난성 싼야의 해군 기지에 정박한 항공모함 산둥함 앞에서 중국 해군이 오성 홍기를 게양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 후둥조선소에서 오색 빛깔의 연기가 퍼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차세대 강습상륙함 쓰촨함의 진수를 축하하는 폭죽이었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쓰촨함은 강습상륙함으로선 세계 최초로 전자기식 캐터펄트(EMALS)를 장착하고 드론(무인기)을 함재기로 탑재했다”며“작전능력이 경항공모함에 견줄만하다”고 자랑했다.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 후둥 조선소에서 4만t급 076형 상륙함인 쓰촨함 진수식에서 오색 폭죽이 발사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전날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신형 항공기가 쓰촨성 청두 상공을 비행한 영상이 공개됐다. 삼각 형상에 꼬리날개가 없는 영락없는 스텔스 전투기의 모습이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들은 “중국의 차세대(6세대) 전투기 J-36으로 추정되는 기체가 시험비행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최첨단 무기 공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신형 군함과 스텔스 전투기, 극초음속 드론 등을 잇따라 과시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란 풀이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상공에서 중국 6세대 전투기의 프로토타입이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 군사전문가 H I 서튼이 중국 SNS에 올라온 항공기 사진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X 캡처


트럼프 당선되자 최신 무기 무더기 공개


중국의 무기 공개 행보는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 후 본격화됐다.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같은달 18일부터 보름간 황해와 보하이만에서 최신 항모 푸젠함의 5차 시험항해를 벌였다. 이때 J-15T 전투기의 착륙 및 사출 시험이 실시된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해 5월 해상에서 시험 운행 중인 중국 항공모함 푸젠함. 신화=연합뉴스

2022년 6월 진수된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건조한 첫 사출형 항모다. 1·2호 항모인 랴오닝함과 산둥함이 채택한 스키점프대 방식과 달리 항모 갑판에 전자석 반발력으로 항공기를 쏘는 EMALS를 갖췄다.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항공기를 띄울 수 있어 무장능력과 작전반경이 더 크다. 현재 EMALS를 장착한 항모는 미 해군의 제럴드 포드함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푸젠함이 2026년쯤 실전 배치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1월 12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에서 중국 공군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J-35의 모습이 공개됐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에서도 미국을 겨냥한 최첨단 무기가 공개됐다. 푸젠함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J-35와 중국 최초의 전자전 전투기 J-15D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중국 인해방군 해군 항공모하인 푸젠함 갑판 위에 J-35로 보이는 전투기 목업(모형)이 올려져 있다. 사진 X@Hurin92

J-35는 중국이 미국의 F-35 대항마 격으로 내놓은 5세대 전투기다. 미 해군의 EA-18G 전자전기에 대응하는 J-15D는 적의 레이더, 통신망 등을 교란하는 전자장비를 갖췄다. 최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이런 J-15D가 산둥함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중국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불리는 훙치-19 지대공 미사일, 스텔스 무인공격기 레인보우7 등이 주하이 에어쇼에서 선보였다.

미국도 갖지 못한 최신 전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 군사전문매체 워존에 따르면 중국과학원(CAS)은 지난달 16일 MD-19와 MD-21, 코드명 ‘MD-2’로 알려진 극초음속 드론 기종의 시험 가동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선 이중 MD-19가 초음속 비행을 마친 뒤 활주로에 착륙하는 모습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중국과학원(CAS)이 공개한 영상에서 극초음속 드론 MD-19가 고고도 상공에서 방출되고 있다. 사진 중국 SNS 캡처

홍콩 성도일보는 “극초음속 드론이 착륙에 성공한 건 세계 최초”라며 “일회용으로 쓰고 파괴되는 기존 드론과 달리 재사용이 가능해 초음속 기술 연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음속의 5배(마하5) 이상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드론은 요격이 어려워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란 평가를 받는다. 정찰·감시용은 물론 미사일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또 MD-19는 유인 항공기와 무인전투기, 고고도 풍선 등에서 발사해 비행할 수도 있다.

김영옥 기자

“제1도련선이 레드라인” 트럼프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대선 승리를 확신하며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이 중국의 무기 공개 시기를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미군의 해외 개입은 꺼리고 있다. 이런 트럼프에 중국이 군사적 엄포를 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대만의 안보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은 트럼프 취임 전에 대만해협 등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미 동맹국에 이른바 ‘제1도련선’이 자신들이 통제하는 ‘레드라인(한계선)’이란 것을 명확히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도련선은 태평양의 섬을 이은 가상의 방어선이다. 중국은 제1도련선(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 바깥으로 미국을 몰아내고, 2030년까지 2도련선(오가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 2050년에는 3도련선(알류산열도∼하와이∼뉴질랜드)까지 제해권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차준홍 기자

실제로 중국은 지난달 8∼11일 대만 주변 해상에서 1996년 3차 대만 해협 위기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였는데, 이때 제1도련선에도 대규모의 군함을 배치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산하 국제문제 연구소인 페리월드하우스의 토머스 섀턱 선임연구원은 “이번 군사훈련은 과거처럼 대만을 포위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제1도련선까지 아울렀다”며 “중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트럼프 2기에 중국의 군사적 능력이 트럼프 1기 시절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하는 美…中 핵탄두·초음속미사일·해군력 주시


지난 2016년 9월 키르키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연합 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도 중국의 전력을 주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핵탄두 수를 600여개로 추산하고 2030년까지 1000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공군력에 대해선 무인항공체계가 미국 수준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옥 기자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재래식 및 핵탄두를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발전을 이뤘다”며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해군 규모는 세계 최대다. 2030년까지 435척의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할 전망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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