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신년사에서 사라진 ‘친환경’...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5. 1.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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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코어, 10대 그룹 신년사 조사
‘경쟁’과 ‘고객’, 총 41회로 공동 1위
‘인공지능’은 처음으로 톱10 진입

기업 최고경영자(CEO) 신년사는 올 한 해 기업이 어떤 가치를 중요시할지 미리 엿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여러 기업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키워드가 있다면, 해당 단어는 앞으로 재계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을사년 10대 그룹 CEO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경쟁’과 ‘고객’이었다. 탄핵 정국과 고환율·고물가 심화, 여기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 본연 경쟁력을 제고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인공지능(AI), 기술, 고객 등 단어도 여러 번 등장했다. 반면 지난해 ESG 경영 기조에 맞춰 기업 관심이 집중됐던 ‘친환경’은 올해 키워드 톱10에서 자취를 감췄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10대 그룹의 2025년 신년사에 사용된 단어 빈도 수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는 ‘경쟁(41회)’이었다. ‘경쟁’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포스코(13회)였다. 철강 업황 부진이 길어지며 최악의 실적 위기에 처한 포스코가 그룹 신성장을 견인할 방안으로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그룹 경쟁력 핵심은 기술의 절대적 우위 확보에 있다”며 “해외 성장 투자와 탄소중립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고, 원가 구조적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에 이어 ‘경쟁’을 많이 언급한 곳은 신세계(12회), SK(6회), 한화(5회) 순이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1등 고객이 찾는 시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역설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가올 미래 도약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본원 경쟁력”이라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쟁’과 함께 ‘고객’이란 키워드도 총 41회나 사용되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고객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고객 관점에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혁신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고객 가치를 최고 경영 기조로 내세우는 곳은 LG그룹이다. 최근 4년간 신년사에서 ‘고객’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2019년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으로 고객을 제시한 후, 해마다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진화·발전시켜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도전과 변화의 DNA로 미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드리자”며 “우리가 다져온 고객을 향한 마음과 혁신 기반 위에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강조했다.

경영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기술’ 키워드를 꼽은 기업들도 많았다. ‘기술’은 올해 신년사 사용 빈도 순위 7위에 랭크됐다. 포스코가 10회로 가장 많이 언급했고, HD현대 8회, 삼성 5회 순이었다. 이 중 삼성은 특히 올해 신년사 키워드 중 기술 사용 빈도가 높았다. 한종희·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두드러진 키워드는 ‘AI’다. 사용 빈도 순위가 지난해 18위에서 9계단 상승한 9위다. AI 기술이 정보통신 분야뿐 아니라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면서, AI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SK그룹은 신년사에 AI를 12회나 언급하면서 글로벌 AI 선도 기업으로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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