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 전역 후 중소기업 취직, 15시간 일하지만 만족"
[김부규 기자]
1월부터 중국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상륙한다. 가격이 저렴해지면 국내 전기차의 비중 확대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 완성차 부품 제조 2차 협력사에서 하루 15시간씩 일하며 자동차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최동원(44) 부장을 작년 12월 하순에 만났다. 일에 대한 열정과 적극성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고 조언한다.
◈ 2012년 7월 ㈜○○○ 취직(3톤 미만 지게차 자격증)
◈ 자격·면허 : 지게차 자격증(3톤 미만)
▲ 인터뷰하는 최동원 부장 |
ⓒ 김부규 |
"직업군인으로 재직했던 기간이 저한테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간이기는 했지만 제 인생에 꽤 도움이 됐어요. 제가 중위였을 때 소령 계급의 연대 ○○과장이 제가 전역할 때까지 2년 정도 괴롭혔어요. 예를 들어서 보고서 내일 아침 7시까지 써 놔라 하면서 자기는 5시에 퇴근 후 밤 10시쯤 들어와서 내일 보고할 거 써 놨냐 하는 식이에요. 그때 제가 자리에 없으면 난리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줬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사람 탓할 것도 아니기는 해요. 결국 그걸 견뎌내지 못한 저 자신을 꾸짖어야죠. 지금은 중소기업 총괄 관리부장으로서 힘들긴 하지만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고 자식들한테 열심히 사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젊은 시절 군 생활이 굉장히 폐쇄적이라고 느꼈고 발전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처음부터 길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군대 내 직장 괴롭힘 때문에 새벽 1~2시까지 일하는 게 다반사였던 군 생활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중위 때 결혼 후 6년 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았어요. 전역하려고 결심한 후 저를 괜찮은 사람으로 보고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미리 연락을 주신 회사 대표님이 계셨어요. 제가 군 생활하는 모습을 보셨던 거죠.
▲ 자동차 부품 제조 2차 협력사의 외부 전경 |
ⓒ 최동원 |
"경기도 ○○○시 ○○ 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 납품하는 2차 협력사에서 관리부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중소기업이라 관리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영업, 구매, 품질, 개발까지 총괄적인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우리는 철판으로 프레스 가공으로 성형한 다음에 용접까지 해서 자동차 실내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자동차 내부 특정 부위를 잡아주는 부품류들이 주요 부품이고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반적인 부품 종목들을 생산, 납품하고 있어요. 자동차 부품은 종류가 워낙 많아요. 내연기관 자동차는 3만 개, 전기차는 1만 8900개 정도 돼요.
제조업, 특히 협력업체는 시간을 갈아 넣어서 제품 수량을 많이 뽑아내야 하고, 납품 일자도 맞춰야 하는 고단한 하부조직입니다. 제가 회사 직원들 출퇴근까지 책임지고 있는데 보통 아침 6시에 출근하고 잔업 후 직원들 퇴근시키고 집에 오면 밤 9시예요. 하루 15시간 일해요.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하니까 인원을 많이 쓸 수가 없고 쓸 수 있는 인원도 한정돼 있어요."
- 이 일을 하시는 동안 특별히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아무래도 제조업이다 보니까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젊은 친구들은 이런 데서 일 안 하려 하고 기껏 해봐야 외국인 노동자들만 데리고 일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것조차도 쉽지가 않아요. 우리 회사 근로자들 중에 나이가 제일 어린 사람이 43~44세이고 대부분 50세가 넘었어요. 이미 60세가 넘으셔서 다른 회사에서 정년 퇴직 후 우리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어요. 그분은 시니어 일자리로 그나마 한국인이에요. 잘 적응하고 계세요.
제조업이라는 업종 자체가 젊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이 든 사람조차도 사실은 한국인들하고는 일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결국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고 또 외국인들도 사람이다 보니까 불합리한 거 요즘에는 못 견디거든요. 정작 한국 사람들한테는 더 못 해주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한국 분은 같이 오래 일해 왔으니까 저희가 조금 못 해주는 부분을 오히려 이해해 주는데 외국 사람들은 이해 안 해줘요. 오히려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어요."
- 이 직종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먼저 기본적으로 '지게차 자격증'은 취득해야 해요. 인맥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닙니다. 인맥보다는 군대 있는 기간 동안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나를 찍어서 나중에 전역하면 우리 회사에 채용해야겠다는 여건이 만들어진 건데 뭐든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의 사람이었는지가 중요하죠.
둘째, 나이를 떠나서 '열정'은 꼭 있어야 합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무조건 배워야 해요. 회사에 들어와서 열심히 일할 의지만 있다면 가르쳐서 충분히 일을 시킬 수 있거든요."
- 월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연봉으로 따지면 5000만 원 정도 됩니다. 아내와 함께 벌고 있으니 아이들 공부시키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제조업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회사 일만 잘 따오면 매출 잘 유지되고 탄탄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우리나라도 많이 중국으로 넘어갔죠. 엄청 전망이 밝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내년만 해도 중국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할 거예요. 중국차 저가 공세에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돼요."
▲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 수 |
ⓒ 김부규 |
▲ 자동차 부품 제조업계의 지각 변동은 1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똑똑한 종도 아니고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찰스 다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으로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 |
ⓒ 김부규 |
"회사에서 부장급이 되니까 대표께서 골프를 쳐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해주셨어요. 코로나 오기 6개월 전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했어요. 골프라는 운동이 팀웍보다는 나만 잘하면 되는 거거든요. 내 정신력 관리 내 샷 메이킹도 그렇고 내 능력치만 어느 정도 올라가면 결국엔 실수를 해도 그것도 내 실력이니까 책임도 내가 지는 거거든요. 제 성향하고 잘 맞는 것 같아서 올해부터 열심히 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에 하루 15시간씩 시간을 갈아넣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삶을 60~70세까지 계속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 골프 실력을 남을 지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조금 더 키워서 골프 지도자 쪽으로 생각하고 시험에 최종 합격할 때까지 도전할 겁니다."
- 제2의 인생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평소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현실 조언이 있으시다면?
"첫째, 목표가 있으면 제일 좋지만 꼭 목표가 없어도 지금 닥쳐진 일에 대해서 적극성을 가지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폐쇄적인 군 조직생활을 하다가 민간 제조업에 들어와서 총괄 관리부장까지 올라온 제 입장에서 볼 때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역 전에는 지게차도 한번 못 몰아봤고 3.5톤 트럭도 한번 몰아보지 못했던 제가 중소기업의 제반 관리업무를 무난하게 할 수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맞춤 인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에 대한 열정과 적극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둘째, 요즘 젊은 친구들 결혼 안 하고,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가져서 부모로서의 삶을 꼭 한번 살아봤으면 해요. 저도 나이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 둘의 부모가 된 지 10년 이상 됐어요. 한번 사는 인생, 부모가 된다는 것과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신성한 즐거움이더라고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50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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