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탄핵 집회 가면 '특별감찰' 대상이라는 양주시
[이영일 기자]
경기도의 한 자치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자녀의 민주주의 교육 차원에서 탄핵 관련 집회에 참가한 경우'를 정치적 중립 위반 소지가 있다며 특별감찰을 실시하겠다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는 지난해 12월 20일, 내부 메신저망을 통해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전환과 연말연시 및 설 명절을 대비해 올해 1월 24일까지 위 내용이 포함된 고강도 공직기강 확립 특별감찰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 경기도 양주시가 지난 12월 20일 소속 공무원들에게 보낸 공직자 유의사항 |
ⓒ 제보자 제공 |
연말연시에 특정 정당 지지 또는 반대를 표하는 것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며 공직사회 기강해이 대비 감찰 예고는 매년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자녀와 함께 민주주의 교육적 차원에서 탄핵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특별감찰 대상이라며 징계 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은 엉뚱하면서도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침해, 국민으로서의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일부 지자체가 정치 중립 내세워 공무원들 위축"
▲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양주시가 ▲ 탄핵찬성 또는 반대 집회등에 단순히 호기심으로 또는 자녀의 민주주의 교육 참관 차원에서 참여한 경우 ▲ SNS에 탄핵 관련하여 찬성 또는 반대하는 댓글을 작성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인식을 준 경우 ▲ 제3자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재댓글을 작성한 경우 ▲ SNS에 정치 성향을 표현하는 행위 금지를 공무원들에게 전파했다는 것.
이와 관련, 박중배 전공노 수석부위원장 겸 대변인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공무원 정치적 중립 운운은 지금 사회 분위기에 맞지않다. 내란을 두고 분노 안 할 사람이 어디에 있나.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이승만 부정선거때 공무원을 동원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인데 이상하게 해석이 되어 모든 것에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헌법에 업무상 중립만 명시하면 된다. 나머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도가 산하 31개 시군과 직속기관에 송부한 「공직기강 확립 및 복무관리 철저 알림」 공문 |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
하지만 여기에는 탄핵이라는 단어는 아예 없고 매년과 동일하게 '정당 선전 관련 정치행사 참여 금지, 중립성 위반 오해 소지가 있는 모임행사 주최 및 참석 금지'라는 내용만 실려 있다.
경기도 총무과의 한 관계자도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해당 공문 외에 별도로 탄핵에 대해 추가적으로 그런 워딩 자체를 상세하게 하달한 적이 없다. (그 문건은) 해당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주시도 해당 문서를 자체적으로 만든 것임을 인정했다. 양주시의 한 관계자는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해당 문서는 감사담당관실 차원에서 만든 것이 맞다. 예전 (대통령) 탄핵시에도 이런 사례가 있어 우리 시 소속 공무원들이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우려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 말했다.
"예전에 자녀와 탄핵 집회에 가서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사례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는 명확히 답을 하지 못했다. "양주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에 윗선에서 지침이 내려 온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감사담당관실 부서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 답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취지라지만 정부 또는 경기도 차원에서도 탄핵 관련 집회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자녀의 민주주의 교육' 참관 차원에서 탄핵 집회에 참여한 경우를 고강도 특별감찰 대상이라고 언급한 양주시의 행위는 정치적 중립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 국민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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