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변경 없다"던 제주항공, 예약 취소 빗발에 "1900편 감축"
[김성욱 기자]
▲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6일째인 3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 연합뉴스 |
당초 제주항공은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운항 감축 등의 계획은 없다고 버텼었는데, 이용객들의 예약 취소가 쏟아지고 온라인에서 제주항공뿐 아니라 모기업인 애경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마지막 언론 브리핑에서 "1~3월 동계 운항 기간에 약 1900편 정도의 감축 운항을 진행하겠다"라며 "여러분께서 염려하는 운항 안전성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참사 초기 제주항공 태도에서 크게 바뀐 것이다. 제주항공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안전상 문제를 고려해 운항 변경 등의 계획이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계획이 없다"(송 본부장)고 선을 그었다. 당시는 지난달 29일 179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착륙 바퀴(랜딩기어) 문제로 또다른 제주항공 여객기가 김포공항에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였다.
이에 비판이 일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달 31일 부랴부랴 "운항량을 10~15% 감축하겠다"고 했다. 이후 구체적인 노선과 감축 규모를 명시해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송 본부장은 이날 "감편 운항 계획을 행정 당국에 설명 드렸고,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운항일정이 변경된 예약자들에게 대체 항공편 정보를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참사 후 제주항공의 과도한 운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제주항공의 총 운항 편수는 2만 5284편으로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2만 5267편)보다도 많았다. 대한항공(3만 8796편)이 국내 최다였고, 뒤이어 진에어(2만 5691편)·제주항공(2만 5284편)·티웨이(2만 129편)·에어부산(1만 8926편) 순이었다. 같은 기간 총 이용객 수에선 제주항공이 442만 7377명으로 대한항공(583만 871명)에 이어 2위였다. 아시아나(426만 1842명)·진에어(416만 9681명)·티웨이(355만 1591명)·에어부산(333만 669명)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여객기 1대당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으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길었다. 티웨이(386시간)·진에어(371시간)·대한항공(355시간)·에어부산(340시간)·아시아나항공(335시간)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난다. 여객기 1대당 정비사 수도 제주항공은 11.2명으로, 대한항공(18.6명)·아시아나(16명)·티웨이(11.5명)에 못 미쳤다.
▲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이 지난 12월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3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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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주항공이 밝힌 바에 따르면, 참사가 난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집계한 항공권 최소 건수만 6만 8000건에 달했다. 이후 누적된 예약 취소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이용객들에게 항공권을 팔고 미리 받은 선수금 규모는 2606억원에 이른다.
▲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제주항공의 모기업이 애경그룹인 점이 회자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
ⓒ X 캡처 |
3일 현재 애경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정부 통계로만 2133명에 달한다. 전체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수는 무려 1886명으로,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왼쪽부터)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사과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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