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1∙202경비단이 길 터줬다" 막판에 경호처장 명령 거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군과 경찰 소속 경호부대가 박종준 경호처장의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공수처는 경찰과 군의 경호부대를 비교적 수월하게 지났지만, 막판에 경호처와 대립하다 약 5시간 30분 후에 철수했다.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관저 경호에 투입된 경찰 소속 101·202경비단과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이 초기엔 공수처를 막아서다 결국엔 길을 터 줬다”며 “경호처장의 지시대로 움직이다가 막판엔 각각 경찰과 국방부 최고위층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101·202경비단과 55경비단은 경호처에 배속돼 대통령실과 관저 내외곽 경호를 맡아왔다. 최근접 경호는 경호처 관할이다.
그간 경호처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예고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협조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영장 집행에 대비해 관저 내 5단계 저지선을 구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8시쯤 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는 외곽 경호를 맡은 55경비단과 101·202경비단이 결과적으로 협조한 덕분에 관저 진입로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국방부 장관 공관 진입로를 지난 공수처는 3단계 저지선에서 본격적으로 경호처와 맞섰다. 박종준 경호처장과 이대환 공수처 부장검사가 영장 집행을 두고 대화에 나섰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공수처 검사들이 인간 스크럼을 짠 경호처 직원들을 향해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경호처는 “군사 시설에 대해선 (기관장) 허가 없이 영장 집행을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관과 경찰이 경호처 직원들과 일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약 5시간 30분의 대치 끝에 공수처가 발길을 돌리면서 체포 영장 집행은 무위에 그쳤지만, 대통령실은 군·경찰 경호부대가 관저 외곽에서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막지 않은 것에 대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아 군 병력에 ‘철수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경찰과 군에서 ‘경호처 명령을 거부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의 권한만 정지됐을 뿐 지위는 여전한데 군과 경찰의 명령 불복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호처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의무복무 병사(55경비단)들이 체포 영장 집행 과정에 동원된 것으로 보도하였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관저 지역은 군사보호시설로 평시 해당 병사들이 근무하고 있으나, 공수처 도착시 대치가 격화될것을 대비하여 경호처 직원들로 교체하였고, 병사들은 후방 근무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군과 경찰이 이탈하면서 2차 체포영장 방어는 경호처 홀로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집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발부한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은 6일까지 유효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호처의 존재 이유는 대통령 경호”라며 “대통령을 포기할 수 없는 경호처도 고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호처는 이날 “역대 모든 정부에서 그래왔듯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경호 대상자에 대한 경호 임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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