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 불발에 공수처 달려간 野…비서실장·경호처장 내란죄 고발
더불어민주당은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일시 중단되자 “오늘(3일) 즉각 내란 수괴를 체포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와 대치하다 5시간 만에 철수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영장 집행 중지 소식이 알려지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께서 윤석열의 찌질함과 구질구질함을 다시 확인했다”며 “전쟁을 모의하고 발포 명령을 내린 자가 적법한 법 집행을 회피하며 관저에 틀어박혀 숨은 모습을 용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집행을 가로막는 자들, 경호처장, 경호차장, 경호본부장, 경호부장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자들은 현장에서 체포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즉각 체포를 주장하는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압박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최 대행이 지금 즉시 경호처에 영장 집행 협조를 지시하라“며 “최 대행이 오늘까지 (입장을 내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둘러 2차 내란을 진압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30명씩 공수처에 몰려가자”는 격앙된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중진 의원이 “정쟁이 부각될수록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더 불리해진다”며 자제를 요청할 정도였다. 의총 직후엔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경기도 과천의 공수처 청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12·3 비상계엄 관련 사법 처리 문제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참사로 잠시 강도를 누그러뜨렸던 대여 공세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여권 인사를 무더기 고발했다. 당 법률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진석 비서실장과 박종준 경호처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11명을 내란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12명을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중단된 이날 오후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통령 경호처 박종준 처장과 김성훈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지휘부 3인을 고발했다.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명백한 형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이자 범인도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물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체포영장 시한인 6일까지 각 상임위별 비상대기 체제도 유지하기로 했다.
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쌍특검(내란·김건희특검법) 재의결부터 다시 차근차근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국민적 요구가 큰 내란특검을 먼저 재표결하고, 김건희특검은 추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사법 처리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만큼 쌍특검을 분리 처리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8개 거부된 법안(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과 내란·김건희 특검) 중 특검법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회의장과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가 임명 등도 계속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대여 공세 최전방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라며“누군가의 아집, 어떤 집단의 특별한 이익을 위해서 전체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체포영장 집행을 에둘러 촉구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 권리 보장과 재발방지 대책을 담은 항공참사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거나 “정부가 신속하게 추경 편성도 해주길 부탁드린다”며 다른 현안에 관한 발언을 이어갔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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