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와 대치한 부대는 경호처 소관"…합참, 이례적 해명 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3일 체포 영장 집행을 경호처 소속 병력이 막아 서며 군 당국이 또 다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12·3 비상 계엄 사태의 '실행'을 맡아 이미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군 당국은 "해당 병력은 경호처 통제 부대"라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현재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와 대치하고 있는 부대는 경호처가 통제하는 경호 부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공수처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체포 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한남동 관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병력과 대치한 데 따른 해명이었다. 대통령실 경호처 소관 병력에 대해선 군이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앞서 공조수사본부의 공수처 수사관·경찰 특수단 80명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한남동 관저 진입을 시도했다. 대통령 관저는 통상 1·2·3선으로 3중 경호 망을 구축하는데, 이중 1·2선에 해당하는 철문 등의 진입 과정에서 경호처 소속 병력이 수사관들을 막아 섰다고 공수처가 밝혔다. 대통령 관저의 외곽 경비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예하 55경비단 소속 병력이 담당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런 경호처의 대응이 특수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수사관들의 영장 집행을 방해한 군인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에서도 "군이 병력을 동원해 윤 대통령의 영장 집행마저 방해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 같은 영장 집행 방해 의혹에 군 당국은 "공수처와 대치한 부대는 군이 아니라 경호처 소관"이라며 부랴부랴 선을 그었다. 합참 관계자는 취재진들과 만나 "앞서 밝힌 입장에서 '대치'란 용어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양측이)만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군은 관저 안의 상황을 알지 못 한다"고 추가로 해명했다. 작전 지휘의 주체가 군이 아니기 때문에 관저 내 병력이 공수처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았는지 조차 군은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란 설명이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수방사 55경비단 외에 경찰 101경비단 등 대통령 경호에 필요한 군·경 부대에 대한 작전 통제권을 갖고 있다. 55경비단은 경호처 배속 부대인 만큼 작전·전투 통제권은 경호처에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다만 55경비단 인원들은 현역 군인 신분으로 이들의 인사·군수 권한은 수방사가 갖고 있다. 이들이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입건된다면 군 당국으로서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계엄 이후 또다시 군인들이 상부 지시로 인해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수방사는 12·3 비상 계엄 선포 직후 국회 장악을 위해 계엄군으로 투입됐다. 이를 주도한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지난달 31일 구속기소됐다.
특히 한남동 관저 경호를 수방사 예하 55경비단에 맡긴 건 대통령실·관저 이전을 총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후 언론 브리핑을 열어 “1·2차 저지선부터 군인들이 있었고 일부는 개인 화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며 “현장 채증을 바탕으로 이들의 공무집행방해죄 입건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대비태세 맡은 합참 이례적 입장 표명
한편 이날 경호처 병력의 지휘권 등에 대한 해명을 국방부가 아닌 합참이 한 모양새도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합참은 전시에 계엄 사무 등을 담당하지만 이번 12·3 비상 계엄 때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이후 국군정보사령관·방첩사령관과 육군 특전사령관·수방사령관 등 군 지휘부가 연달아 수사를 받게 되자 군 당국은 합참 위주로 "대북 대비 태세는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했다.
국내의 정치적 혼란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해석이었다. 그랬던 합참이 느닷없이 공수처 대치 상황에 대해 입장을 낸 셈이다. 군 당국은 그만큼 군의 추가 연루설을 차단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군 차원의 병력 동원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합참이 입장을 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정영교·이유정·양수민 기자 uu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 80만원에 해외 한달산다…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 중앙일보
- "승진한 사위가 효도 관광"…몸 아파 같이 못간 장인 홀로 남아 절규 | 중앙일보
- "세무서, 죽을 때까지 본다"…자식 1억 빌려줄 때 남길 증거 | 중앙일보
- 클로이 모레츠, 동성 연인과 약혼? "행복한 새해"라며 올린 사진 | 중앙일보
- "시신 발견된 곳" 노란 깃발 수십개…참배객은 경악했다 | 중앙일보
- 윤석열도 본다는 극우 유튜버…사람들 거리 드러눕자 1억 챙겼다 | 중앙일보
- “조카들 놀랄까봐 카톡 1 못 없애”…돌아온 유류품에 또 울었다 | 중앙일보
- 제주항공 참사에 "모든 것이 운"…안현모, 비판 쏟아지자 사과 | 중앙일보
- "콘크리트 둔덕 몰랐다, 흙더미인줄" 무안공항 7년 조종사 증언 | 중앙일보
- 불타는 여객기서 379명 전원 탈출…'하네다의 기적' 생존 룰 있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