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이후 국민의힘이 잃어버린 다섯 가지

강성준 2025. 1. 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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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서울-수도권, 차세대 정치인, 역사적 정통성... 그리고 대한민국

[강성준 기자]

2024년 12월 3일, 그리고 한 달
▲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공수처기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로 공수처 직원들이 들어가고 았다.
ⓒ 이정민
2025년 1월 3일 오후 1시 30분께 공수처는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이유는 대치 상황으로 인해 현장 인원의 안전이 우려돼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불법 계엄령과 탄핵 그리고 내란혐의에 대한 다툼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이후 떨어졌던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최근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윤석열씨와 국민의힘이 단기적으로 절망적인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계엄령 후 한 달 동안 국민의힘은 잃은 것이 없을까. 당장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를 한 번 막았고, 지지율 역시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는 긍정적 지표가 눈에 띄지만, 그 너머에 국민의힘이 잃어버린 다섯 가지가 있다. 그리고 이는 곧 국민의힘, 더 넓게는 한국 보수정치 전체의 미래를 잃어버린 결과로 이어질 여지도 존재한다.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집회와 이에 따른 일반 대중의 지지

계엄령 이후 시민사회에선 두 개의 요인이 주목 받았다. 한편에서는 응원봉을 들고 나온 젊은 여성층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윤석열씨와 내란 핵심 인사들이 즐겨 보았다는 극우 유튜브였다. 전자는 탄핵찬성 측 시민사회의 상징이 되었고, 후자는 탄핵반대 측 시민사회의 상징이 되었다.

시민사회는 정치세력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집회는 정당으로서 일반 시민에 대한 대대적 홍보와 지지율 견인 모두를 도모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반대를 외치는 극우 유튜버 중심 집회는 일반 여론과 거리가 먼 양태를 보였다. 또 이는 곧 일반 대중과 국민의힘 사이의 거리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서울-수도권의 정치적 지지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한국에서 서울-수도권은 절대적 지위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인구 요인을 살펴본다면 서울-수도권은 한국 전체 인구에서 절반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선출되는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의 숫자도 다른 지역을 훨씬 상회한다. 이는 곧 정치적 권력으로 이어지는데, 윤석열씨와 국민의힘에 대한 서울-수도권의 지지율은 계엄령 이후 추락하였고 이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권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6년 20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국회에서 강세를 보이는 핵심 요인은 서울-수도권에서의 대승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차세대 정치인들
 국민의힘 김재섭, 김용태, 김상욱, 우재준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 남소연
정당은 세대교체라는 숙제를 항상 지닐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정당은 다선 정치인들에 대한 교체 요구 정서가 강한 한국 정치의 특성상 차기 주요 정치인을 찾아야만 한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 22대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김재섭 의원, 김용태 의원과 같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젊은 정치인을 당선시켜 세대교체의 포석을 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계엄령 이후 정국에서 전술한 김재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국민의힘 다선 의원들과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역사적 정통성

국민의힘이 항상 위기에 봉착했던 이유는 자신들의 역사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정치적 상징으로 상정하고 민주당의 업적과 성찰을 제시해 왔다. 반면 국민의힘의 경우 3당 합당으로 인해 김영상 전 대통령을 정치적 상징으로 올리지도 못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법적 문제로 인해, 또 박근혜씨의 경우 탄핵으로 인해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다.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을 국민의힘의 정통성으로 상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반민주적, 반헌법적 양태를 보인 윤석열씨의 계엄령과 이후 국민의힘의 행보로 인해 이 역시도 좌초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향후 국민의힘과 후신 정당은 매 선거 때마다 계엄령과 내란에 대해 질문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향후 어떤 후신 정당으로 이어지든 계엄령을 일으키고, 이를 옹호한 정당이라는 부정적 정통성을 짊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더 나아가 한국 보수정치의 미래는 있는가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국민의힘에 대한 논의를 넘어, '한국 보수정치'의 미래가 있는가를 논의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본다면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한국 보수정치의 앞날은 당분간 아주 어둡다고 보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윤석열씨와 국민의힘의 최대 과오가 포착된다. 정치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 모두가 필요하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다. 윤석열씨와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이 사실마저 무너뜨렸다. 이 때문에 윤석열씨와 국민의힘이 잃어버린 마지막 요인은 대한민국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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