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주도’ 박안수·곽종근 구속기소…별 셋 이상 모두 재판행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3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57·대장·육사 46기)과 곽종근 특전사령관(57·중장·육사 47기)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로써 계엄에 연루돼 수사기관에 구속된 현직 군인 중 3성급 이상 군 수뇌부들은 모두 재판에 넘어갔다.
박안수 총장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 선포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는 계엄사령관을 맡았다. 박 총장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후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포고령 1호를 건네받아 서명하고 이를 발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포고령에 서명하고 발령한 행위가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한 포고령 1조는 헌법상 입법권을 가지는 국회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헌법에서도 계엄 선포 시 국회에 이를 통고하고,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심의할 수 있도록 계엄 상황에서 국회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박 총장이 해당 포고령 작성에 관여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박 총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통제하고 군 병력의 국회 투입에 조력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총장은 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최소 두 차례 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총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 23분 조 청장에게 국회에 경력을 증원하고 국회 출입을 차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회가 전면 통제됐고, 계엄 소식을 듣고 국회로 향한 일부 국회의원 등이 국회 출입을 통제당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박 총장이 수방사 방공작전통제처의 비행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던 707특수임무단 병력 탑승 헬기의 서울 상공 진입을 승인했다. 박 총장의 승인 이후 707특수임무단은 국회로 진입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려고 시도했다.
다만 박 총장은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계엄령 선포를 보고 계엄 사실을 알았다는 입장이다. 박 총장은 계엄 당일 오후 4시 김 전 장관과 독대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자리에서 계엄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고, 충남 계룡대로 복귀하지 말고 오후 9시 40분까지 장관 대기실로 와라”는 취지의 지시만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
"국회의원 끌어내라" 곽종근 기소
이날 박 총장과 함께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넘겨진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지난달 1일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관련 지시를 하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특전사 병력으로 국회를 봉쇄해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저지하라” “특전사 병력으로 선관위를 봉쇄하고 서버 및 선거조작 장비를 선점하라” 등 비상계엄 선포 이후 특전사의 구체적인 임무에 관한 지시였다.
곽 사령관은 해당 지시를 받아 이를 준비하고 비상계엄 상황에서 1109명의 특전사 병력을 투입하며 지시를 수행했다. 1일부터 특전사 예하 부대에 출동 준비태세를 유지시켰고, 3일 김 전 장관의 출동 지시에 따라 707특임단 병력 197명과 1공수특전여단 병력 269명을 국회로 출동시켰다.
특히 곽 사령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해지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과 수시로 소통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곽 사령관은 현장 지휘관인 707특임단장과 1공수여단장에게 “건물 유리창을 깨고서라도 국회 본관 안으로 진입하라” “국회의원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 “대통령님 지시다.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수차례 지시했다.
또 김 전 장관이 주장하는 ‘부정선거’의 증거를 선점하기 위해 선관위 과천청사 등 3곳에 3공수와 9공수 병력 459명을 투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3일 박 총장과 곽 사령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비상계엄 관련해서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군 관련 인사는 김 전 장관(지난달 27일)·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진우 수방사령관(지난달 31일)까지 총 5명이 됐다. 박 총장을 제외한 김 전 장관·여 사령관·이 사령관·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함께 지난해 6월부터 10월, 11월 최소 세 차례 저녁 자리를 가지며, 계엄에 대해 사전에 공모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검찰은 각각 오는 6일과 12일에 구속이 만료되는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막판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계엄 직후 선관위 장악 및 서버 탈취를 목적으로 정보사 요원을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 80만원에 해외 한달산다…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 중앙일보
- "승진한 사위가 효도 관광"…몸 아파 같이 못간 장인 홀로 남아 절규 | 중앙일보
- "세무서, 죽을 때까지 본다"…자식 1억 빌려줄 때 남길 증거 | 중앙일보
- 클로이 모레츠, 동성 연인과 약혼? "행복한 새해"라며 올린 사진 | 중앙일보
- "시신 발견된 곳" 노란 깃발 수십개…참배객은 경악했다 | 중앙일보
- 윤석열도 본다는 극우 유튜버…사람들 거리 드러눕자 1억 챙겼다 | 중앙일보
- “조카들 놀랄까봐 카톡 1 못 없애”…돌아온 유류품에 또 울었다 | 중앙일보
- 제주항공 참사에 "모든 것이 운"…안현모, 비판 쏟아지자 사과 | 중앙일보
- "콘크리트 둔덕 몰랐다, 흙더미인줄" 무안공항 7년 조종사 증언 | 중앙일보
- 불타는 여객기서 379명 전원 탈출…'하네다의 기적' 생존 룰 있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