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탕진' 계획... 차기 정부 큰일 날 뻔했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
[임성희 기자]
▲ 2022년 5월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인근에서 한국환경회의가 주최한 '기후·생태위기 대응과 시민안전을 포기한 윤석열 정부 아웃' 기자회견이 열려 윤석열 대통령 가면을 쓴 한 참석자가 '어퍼컷 세리머니'를 흉내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기후환경정책에 대한 폭력적 조치들이 제자리를 찾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가 퇴행시켜 왔던 반환경 기후정책도 함께 탄핵되어야 한다. 그래야 탄핵 이후에 기후정책의 미래가 생긴다. 그와 함께 탄핵되어야 할 반환경 기후정책은 탄소예산을 탕진하는 계획·사업들이다.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자명한 과제다. 국제적 약속일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로서 우리의 책무이기도 하고, 살아갈 권리를 위해서도 지켜내야 하는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탄소예산(탄소배출허용량)에 기반하지도, 기후정의에 입각하지도, 살아갈 권리에도 부합하지도 않았다.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유엔 산하 전문가그룹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보고서는 전 세계가 2019년 대비 온실가스를 43% 감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2021년 당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제시해 온 2018년 대비 40% 감축이란 목표는 순 배출량 기준으로는 36.4%에 그치며, 2019년 대비로는 34% 감축에 불과한 목표치에 불과하여 기후위기를 막는데 매우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들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대기중에 머물며 누적되어 지구 기온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정 시점의 온실가스 배출량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 누적되는 양을 따져야 하는 이유다. 2030년 배출 감축 목표를 정했다면, 초반부에 급격히 감축해 나가는 연도별 목표가 필요하다. 계속 탄소를 배출하다가 2030년에 뚝 줄이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누적 배출량을 줄이려면 초기에 감축목표를 급격히 하향시키는 오목한 곡선으로 가야한다.
▲ 2030년까지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후반부에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이라 감축곡선이 볼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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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탄소예산을 탕진해 버리겠다는 계획이라니
IPCC 6차보고서는 2035년까지 2019년 배출량 대비 60%, 2030년까지는 43% 감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구 기온 상승 1.5도를 넘지 않기 위해 지구 전체에 남아있는 탄소예산은 2020년 기준 5000억 톤(목표달성확률 50%)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하여, 향후 10년의 행동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결정적임을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게 배정된 탄소예산을 약 45억 톤으로 추정했다. 탄소예산을 다 소진하기 전에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지만, 현재 정부 계획대로 배출한다면 2030년까지 우리는 허용된 탄소예산의 90%를 쓰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2030년 이후 약 4억 톤의 탄소예산으로 2050년 탄소중립시까지 버텨야 한다. 이 시나리오가 가능한지(현재 우리나라 한해 탄소 배출량이 6억 톤이 넘는다), 책임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게 적절한지를 넘어, 탄소예산을 모조리 탕진해 버릴 심산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강조했듯이, 탄소예산을 미리 써버리면 누적 배출량이 증가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배출량격차보고서 2023)는 각국이 제출한 2030년 배출량은 이미 탄소예산을 220억 톤 초과했고, 이대로 금세기 말이 되면 지구 온도는 2.9도 상승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경고다.
▲ 충남 지역 한 발전소의 모습. |
ⓒ 이희훈 |
기후위기 주범인 석탄발전 중단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G7국가들은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대로라면 2050년까지도 석탄발전소를 가동한다. 지금도 신규석탄발전사업을 벌이고 있고, 가장 최근까지도 건설되고 있던 마지막 석탄발전 신규사업이었던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상업 운전도 허용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탈석탄 기조로 사업비 조달도 어렵고, 송전망이 부족해서 당초 계획대로 가동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신규석탄발전사업은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해 온 것, 그리고 송전망 부족 역시 이미 예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업 추진을 멈추지 않았다. 동해안 권역에 들어선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송전용량 부족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거나 출력 제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발전소가 들어서면 이를 수도권, 전력 다소비 지역으로 송전하기 위한 송전망 구축이 필요하나, 이를 둘러싼 주민 갈등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겪어온 사실이다. 기후위기는 아랑곳없이 사업을 강행하고, 발전을 해도 연결할 송전망이 없어서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면 다행이나,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전력공급계획을 세우는 정부의 전력수급정책은 탄핵 대상이다.
물론 이는 지역에서 필요한 전력을 지역에서 공급하는 원칙이 없이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초고압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먼 곳으로 공급하던 기존의 방식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에너지 정책과 동일한 맥락에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깜짝 발표한 대왕고래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남은 탄소 예산 45억 톤을 다 쓰고도 모자라는 사업인 데다가, 시추공 1개를 뚫는데 1000억, 총 5000억 원을 들이는 사업이다. 마치 잭팟을 터트릴 것처럼 떠들썩하게 발표했지만, 의문점이 많았다.
녹색연합은 석유공사를 상대로 대왕고래사업(동해 석유·가스전)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석유공사는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다시 녹색연합은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면 석유공사는 심판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열흘 이내에 반박 자료인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서류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절차를 미루고 있다.
파리 협정에 따른 국제적 약속은 국가별로 5년마다 이전에 제출했던 감축목표보다 강화된 목표를 제출하는 것이다. 2025년 올해 우리나라도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진전된 목표로 제출해야 한다. 그전에 필요한 것은 2030년까지의 무책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경로에 대한 탄핵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고 탄소예산을 탕진하는 사업들에 대한 탄핵이 되어야, 진전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울 수 있다. 새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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