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집회장 날아온 '尹의 372자'…"자리 깔고 눕자" 시위 격화

최서인, 심석용, 이아미, 김서원, 김하나 2025. 1. 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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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초읽기인 가운데 막으려는 지지자 1만여명이 2일 대통령 관저 앞으로 집결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관저 앞 집회 참석자들에 “함께 끝까지 싸우자”란 취지의 서한을 전달하자 전날보다 두 배가량의 인원이 나왔다.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사흘째인 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선 낮 12시부터는 신자유연대 주관으로 관저 앞 차로에서 집회가 열렸다. 오후 5시 기준 1만 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오른 사회자는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을 체포한다고 나서냐”며 “오늘은 박살 내는 날이다. 자리 깔고 눕자”고 외쳤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를 보고 눈물 안 흘린 분 손들어보라”며 “피도 눈물도 없다. 어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2일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도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최서인 기자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관저에 칩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전날 집회 주최 측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시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대통령실 행정관이 편지 원본을 대통령실 전용 봉투에 담아 주최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집회 사회자가 무대 위에서 편지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A4용지 한장, 372자 분량의 편지에 “새해 첫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줘서 감사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적었다. 집회 참가자 정모(69)씨는 “어제 대통령 편지를 보고 힘이 나서 나왔다. 휴가 내고 집회에 오는 이들이 많다. 점점 더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2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같은 시각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선 윤 대통령 체포를 외치는 시위도 열렸다. 서울에 사는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힌 황모(30대)씨는 “지난달 24일부터 매일 윤 대통령의 구속을 외치고 있다”며 “불합리한 비상계엄에 적법한 처분을 받아야 하는데도 편지를 공개해 선동하는 걸 보며 분개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2일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옆에서 윤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최서인 기자

집회 가열되면서 시위대 일부 선 넘어 산발적 충돌


집회 인원이 빠르게 늘자 경찰은 낮 12시쯤 질서유지선을 육교 뒤에 추가로 세웠다. 전날보다 2시간쯤 빠른 시각이다. 양측 집회 인원을 분리하기 위한 완충지대도 설치했다. 이날 오전부터 일부 유튜버들은 각각 “윤석열 체포”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대립했다. 오후 들어선 일부 시위 인원이 완충지대를 넘어 한남초등학교 방면으로 이동하면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충돌이 벌어졌다.

“냄새 피우지 말고 가라”,“저 빨갱이 XX”라며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한 남성은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 웃통을 벗고 경찰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대립이 이어지자 경찰 관계자는 확성기를 켜고 “여기는 학교인데 막고 계셔서 등하교를 못 하고 있다. 형사처벌될 수 있으니 집회 장소로 이동해 달라”고 수차례 안내했다.

오후 4시쯤엔 윤 대통령 지지자들 30여명이 관저로 향하는 차도 위에 드러눕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막기 위해서였다. 차도 위에 누운 한 여성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님 없는 나라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용산경찰서 경비계장은 “더는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고 공공안녕에 위험이 초래되고 있다”며 5차례에 걸쳐 해산 명령을 했다. 1시간 넘게 지지자들이 누운 채 자리를 지키자 강제해산에 들어갔다.

2일 오후 4시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진입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만약의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도로 위에 드러누워 있다. 최서인 기자

한남동 관저 앞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 40여 명은 오전 9시부터 따뜻한 음료와 방한용품으로 몸을 녹이며 자리를 지켰다. 집회가 열리기 전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장갑 낀 손엔 “부정선거 OUT” “STOP THE STEAL(도둑질 그만)”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들려있었다. 붉은색 모자를 쓰고 머플러를 두른 박모(60대)씨는 “나라의 법치가 무너지고 있단 생각에 3일째 관저 앞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집이 김포라 고민됐지만, 윤 대통령을 무조건 지켜야 한단 생각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시위 인원은 늘어날 전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확실히 시위 인원이 어제보다 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편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새해 첫날인 1일엔 오후 2시 30분쯤 경찰 비공식 추산 기준 4000명, 오후 6시엔 6000명이 관저 앞에 모였다.


‘VIP 체포 촉구 집회’도 진행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2일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옆에서 윤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최서인 기자
이날 오후 7시부턴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퇴진비상행동이 주관하는 ‘VIP 체포 촉구’ 집회가 진행됐다. ‘탄핵반대’ 집회 장소에서 약270m 떨어진 지점이다. 집회 참가자 1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자”, “내란수괴 지켜주는 경호처는 비켜라” “위험천만 내란선동 빠른 파면 촉구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근처로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근접하면서 바리케이드가 일부 밀리기도 했지만, 오후 9시 기준 큰 충돌이 빚어지진 않았다. 퇴진비상행동 측은 오후 8시부터 관저 앞으로 행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2일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옆에서 윤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최서인 기자

경찰은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관저 주변에 기동대를 배치해 집회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일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관저 주변에) 집회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너무 지나친 환호와 지나친 반대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 큰 소요 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다만 그런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 협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서인·심석용·이아미·김서원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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