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빠져나와 밟히고 젖은 채 나뒹구는 제주항공 참사 유류품
[박수림, 소중한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책 밖에 1일 오전 기내 영수증이 빠져나와 배수로에 빠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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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에서 빠져나와 밟히고 물에 젖은 채 나뒹굴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활주로 주변의 유류품과 잔해 이야기다.
현장 주변엔 기체 조각, 운항 교범 문서 일부, 객실 내 각종 문서와 책자, 희생자가 소지했던 영수증 등이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 밖으로 나와 있었다. 현장을 찾은 시민이 바닥과 도랑에 떨어진 것들을 주워서 들여다 볼 정도로 보안 구역을 벗어난 유류품과 잔해는 관리 대상으로조차 분류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나하나가 중요한데"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책 밖에 1일 오전 운항 교범 문서가 빠져나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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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찾은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선 'BOEING 737 Flight Crew Operations Manual-Gear Down'이라는 제목의 운항 교범 문서가 구겨진 채 도랑의 풀 사이에 묻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착륙을 위해 바퀴를 내리는 것에 대한 문서로 추정되는데, 그 하단엔 기압 고도별 소요 시간·연료·거리 등이 담겨 있었다.
객실 좌석의 여러 솜뭉치와 찢어진 책자도 여기저기 흩날려 철책 밖으로 빠져 나와 있었다. 일부는 길가 쓰레기들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역시 철책 밖 도랑에 빠져 있는 생수 여섯 병을 구매한 기내 영수증도 발견할 수 있었다. 좌석번호가 적혀 있는 이 영수증은 주인을 알 수 있는 유류품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추모객들은 철책과 폴리스라인 밖으로 나와 있는 유류품 등을 살피다 "관리가 잘 돼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일부는 물건들을 다시 철책 안으로 집어넣기도 했다. 철책 앞엔 경광봉을 든 경찰들이 있었지만 안내나 제재가 없었다.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책 밖에 1일 오전 기내 좌석의 솜뭉치가 빠져나와 배수로에 젖은 채 널브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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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기록학자로 불리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리가 '사회적 애도'를 실현하기 위해선 참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라며 "이 때문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역시 유류품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은 유류품 및 잔해 수거 과정에서 '한 조각이라도 더 찾아내겠다'는 마음가짐과 태도로 수거에 임해야 하는데, (활주로 상황을 보면)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라며 "사후 대처가 미비한 점과 관련해 당국이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유류품과 잔해를 모두 모으는 데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의 유류품은 폭발로 인해 찢어진 상태로 멀리까지 날아갔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따라서 폴리스라인 범위를 최대화해야 한다. 현재보다 최소 2배 더 멀리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천 전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유류품은 유족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이다. 아이를, 형제를, 부모를 잃은 유족에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된다"라며 "광주 등 인근 지역에 있는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해 빨리 기록단을 조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4년 12월 31일 현장을 찾았던 세월호 참사 유족 문종택(고 문지성 아버지)씨도 "그날도 유류품 같은 게 철책과 폴리스라인 밖으로 나와 있던데 오늘도 그런가"라며 "물건 하나하나에 어떤 기록이 남아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거 같아 문제의식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국토부, 가림막 등 추가 조치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1일 오전 처음 합동으로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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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보안 구역을 벗어난 유류품과 잔해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 현장 책임자인 이진철 부산지방항공청장은 지난 2024년 12월 31일 오후 브리핑에서 '현장 보존 절차와 관련해 가림막 등 추가 조치가 있는지'라는 질문에 "사고 현장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제가 말씀(설명)드리는 건 보안 구역 안쪽"이라고 답했다.
전라남도경찰청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유류품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묻는 말에 "현재 경찰과 소방, 군이 구역을 나눠 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경찰 과학수사대가 수사 자료로 쓰일 만한 증거 물품을 가져가면 나머지 물품을 유류품으로 인계받아 별도 장소에 보관하는 중"이라며 "추후 유가족에게 인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류품과 잔해의 훼손 및 분실 우려', '폴리스라인을 확장할 계획' 등을 묻는 말에는 "수사 부서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재난피해자 통합지원센터 등에도 전달되게 하겠다"고 답했다.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책 밖에 1일 오전 기내 좌석의 솜뭉치가 빠져나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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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책 밖에 1일 오전 기내 책자 일부가 빠져나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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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책 밖에 1일 오전 기체 내 물품이 빠져나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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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책 부근에 1일 오전 기체 내 물품이 빠져나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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