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용 목사의 스티그마] ‘내로남불’의 한국교회, 잠시 멈춰보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을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이 말이 처음 나왔을 때 교회는 실제 불륜을 범한 사람들이나 문제가 있는 정치인,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에게 사용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내로남불’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한 목사가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설교하던 중에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조국이 많이 그리웠습니다”라고 했더니 한 성도가 와서 “목사님, 조국 장관 좋아해요? 그런 색깔을 가졌었는지 몰랐네요. 실망했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반대로 어느 목사가 3·1절 예배 때 “그리스도인은 태극기를 더 사랑해야 한다”고 설교했더니 “목사님, 태극기 부대세요? 실망이네요”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최근 한국교회는 비본질적인 것으로 인해 갈라지고 나뉘고 있다. 정치이념만 같으면 몇십 년 함께했던 교회의 동료보다도 우상숭배자나 무당과 한편이 되겠다고 한다. 성경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기보다 자기들의 성향에 맞는 말씀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려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매일 밤을 새우며 영혼을 갈아 넣듯 연구하고 공부해서 논문 한 편을 써내는 한 젊은 성도는 혹시 논문의 한 구절이라도 표절이 될까 걱정하며 수많은 동일 연구자의 논문을 탐독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성도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표절 시비와 허위 학위 기재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히 목회하는 모습을 보며 목회자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고 전한다.
또 다른 성도는 하나님 말씀을 잘 지키라는 영적 지도자의 말대로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신앙을 지켜왔다. 그런데 그 영적 지도자가 교단의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자기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려고 해서 많은 교인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이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하나님과 교회를 지탄받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그 성도는 ‘왜 우리에게만 말씀대로 살라고 했을까’라며 교회를 떠나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총회나 교회 회의 때마다 “법이오!”라고 외치던 장로가 도리어 잘못을 범한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 등 세상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당하게 “법이오”를 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본 성도들이 그렇게 비겁한 교회 지도자 밑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속상해 가나안 교인이 되기도 한다.
자기 딸이 회사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소식에 발끈했던 한 장로는 자신의 교단에서는 여성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 장로의 딸은 더 이상 아버지와 같은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아직 확인도 되지 않은 한 사역자의 성 문제 관련 소문으로 교회 여성들이 ‘사역자 사임을 위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젊은 남자 사역자의 억울한 상황도 있다.
한국교회가 ‘내로남불’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다. 남 탓할 때가 아니고 세상을 향해 손가락질할 상황이 아니다. 이웃과 세상의 잘못을 끄집어내기 전 교회가 먼저 진실함을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계를 향한 비판은 부메랑처럼 교회의 갈라치기로 되돌아오고 있고 세상 문화를 향한 문제 제기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영화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어느새 예수를 잃어버렸고 복음은 사라진 것이다. 성경을 진실하게 읽고 낭독하며 묵독하려고 하는 성도들이 없어졌다. 자기 입맛에 맞는 유튜브 스타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 신앙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성경 구절을 해석해 그것을 색안경에 끼워 넣어 편향된 세상을 보는 성도가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찾아주는 성경 구절만 부적처럼 주머니에 넣어 놓고 다니면서 신앙을 액세서리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한국교회는 이제 왜곡된 신앙의 흐름을 끊어야 한다. 2025년 한국교회에 제안한다. 세상을 비판하고자 한마디라도 참견하려고 하는 모습을 잠시 내려놓자. 우리를 돌아보고 다시 예수로,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자.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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