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최선의 의사가 될거야” 유언이 된 엄마의 응원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의 자녀 유족 A씨(28)는 오는 9일 의사 국가시험을 앞두고 있다. 31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2층에 설치된 가족 재난 텐트 안에서 만난 그는 “엄마의 마지막이 놀랍지 않았기를, 무섭지 않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A씨는 수도권의 한 의과대학 4학년생으로 신경외과 전문의를 지망하는 예비 의사다. A씨의 어머니 희생자 정모(51)씨는 광주에서 동네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였다. A씨가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는 태국 방콕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기 전날 오전 9시쯤이었다. 정씨는 “시험 시간 집중하는 연습을 하자”며 보이스톡과 메시지로 의사고시를 앞둔 아들을 격려했다. 마지막 메시지 직전엔 “내 아들은 최선의 의사가 되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주변을 밝게 비춰줄 거야”라고 응원했다.
A씨는 텐트 안에서 태블릿PC로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예쁜 우리 엄마가 이번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1년 더 공부하기를 원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A씨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공항 바닥에 설치된 텐트가 불편하지만, 공통의 아픔을 가진 분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따로 밖에 있는 것보단 낫다”며 “같은 일을 겪은 분들을 보면 안아주고 싶은 감정이 든다. 서로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A씨 어머니의 시신은 지난달 30일 오전 1시쯤 신원 확인을 마치고 이날 오후 6시까지 60시간 넘게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임시 안치 냉동고에 보관돼있다. A씨는 “시신이 비교적 온전한 편이라고 들었다”며 “장례를 빨리 치러드리는 게 자식이 된 도리일 텐데 애가 탄다”고 했다.
자영업자 김모(64)씨는 동갑내기 친구 8명과 태국 여행을 갔다가 이번 제주항공 참변을 당했다. 올해 96세인 김씨의 어머니는 아직 김씨의 사고 소식을 모른다. 김씨의 형은 31일 “어머니가 무안공항 근처에 사시는데 사실을 알릴 수 없어서 저녁을 차려드린 뒤 손주들이랑 밥 먹고 오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 들어갔더니 아무것도 모르고 내 잠자리에 이불과 담요를 덮어 뒀더라”며 “내일모레면 97세이신데 이 사실을 알면 안 될 것 같아 쉬쉬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부부가 함께 사망했지만 한 명만 시신이 인도돼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밤새 기다리는 유족도 있었다. 희생자 박모(59)·조모(55)씨 부부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남편인 박씨의 시신은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지만, 조씨와 합동 장례를 치르길 원하는 유족의 뜻에 따라 빈소는 차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무안=손성배·장서윤·이찬규·전율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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