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재개발 잡아라… 시공사 투톱의 ‘치킨게임’

권중혁 2024. 12. 3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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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현대건설, 18일 최종 선정 앞둬
세계적 파트너와 협업·낮은 공사비 등 제시
높은 사업성 강점… 네거티브 경쟁으로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1조5000억원 규모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이 오는 18일 이뤄진다. 선정일이 가까워지면서 국내 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수주전도 과열 양상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에 신중을 기하는 것과 달리, 두 회사는 이례적인 파격 조건으로 출혈 경쟁은 물론, 상호 비방전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1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용산구에 홍보관을 열고 조합원들에게 설명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일대를 재개발하는 공사비 1조5000억원 규모 프로젝트다. 국내 ‘투톱’의 빅매치가 성사돼 업계 이목도 쏠린다.

수주전 시작부터 양측은 세계적 파트너와의 협업을 앞세우며 강수를 뒀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설계사 유엔 스튜디오(UN Studio)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건축계 노벨상’의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손잡았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양측 모두 팽팽하다.

수주전이 본격화하면서 두 회사는 정비사업에서 이례적으로 파격 조건을 내걸며 ‘출혈 경쟁’에 돌입했다. 우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공사비를 각각 1조5695억원, 1조4855억원으로 책정해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보다 낮은 액수를 써냈다. 낮은 공사비를 앞세워 조합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100% ‘한강 조망권’ 보장을 포함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에 최저 이주비 12억원 보장, 조합원 분담금 최장 4년 유예를 제안했다. 또 필수사업비와 추가이주비 등 약 3조원 이상의 전체 사업비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0.78% 고정금리 조달, 착공 전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314억원까지 시공사 부담 등도 약속했다.

현대건설도 사업비 전액 CD+0.1% 책임조달, 총 공사 기간 49개월, 아파트·상가 미분양 시 100% 대물변제 등 파격 제안으로 맞불을 놨다. 또 조합원의 권리와 이익 보장을 위해 책임준공 확약서, 사업비 대출 금리 확약서, 아파트·상가 대물인수 확약서, 공사도급계약 날인 확약서, 대안 설계 인허가 책임 및 비용부담 확약서 등 주요한 조건을 추가한 5대 확약서를 날인해 제출했다.

치킨게임은 경쟁사 공약을 지적하는 네거티브 경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합동설명회에서는 조합원 ‘한강 조망권’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삼성물산은 한강 조망권 가구가 1652가구로 조합원 전원(1166가구)이 포함된다고 밝혔는데,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조망을 가릴 수 있는 한남3구역과 5구역의 계획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실제로는 650가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은 3구역이 올라가더라도 일부 조망만 가리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로가 책정한 공사비도 비난 대상이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보다 840억원 낮은 공사비를 제안했는데, 삼성물산 측은 과거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과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에서 현대건설이 공사를 중단하고 공사비 인상을 요구한 점을 꼬집으며 “삼성물산은 한 번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저렴한 공사비도 ‘질이 나쁘니까 싸다’는 취지로 비난했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대출 금리 확약서’ ‘책임준공 확약서’ 등 5대 확약서를 제출했다며 삼성물산의 비판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의 제안서에 독소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삼성물산은 착공 후 지질의 상황이 특수한 경우 조합과 협의하기로 돼 있는데, 착공이 지연될수록 삼성물산의 공사비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한남4구역에서 국내 투톱 건설사가 출혈 경쟁에 나선 데는 ‘강북의 대표적 부촌’인 한남의 상징성 외에도 높은 사업성이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한남4구역은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 중에서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다. 사업지가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구역 한가운데 위치했고, 총물량의 약 35%(800여 채)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한국 아파트 재건축의 상징 ‘압구정 현대’ 재건축 시공권 전쟁의 전초전 성격도 있다. ‘강북 최대어’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획득한 쪽이 기세를 몰아 강남 랜드마크에 깃발을 꽂을 수 있다.

양측을 지지하는 조합원들도 서로의 관점에 따라 양분된 모습이다. 최근 조합원의 갈등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남4구역 한 조합원은 “삼성과 현대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서로 간 전쟁하는 것 같다”며 분위기는 전했다. 그는 “한쪽에서 조금이라도 규정에 어긋나는 것 같으면 ‘불법’이라면서 구청에 계속 신고를 하기도 한다”며 “또 부동산들이 특정 회사를 은근히 밀거나 홍보하는 듯하면 단체채팅방에서 불매운동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 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사는 오는 18일까지 매주 토요일, 3차례 합동설명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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