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못올 길, 아내 오면 같이 갈래”… 가장 슬픈 부부여행

김영균,김용현 2024. 12. 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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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빈소가 마련된 31일 오후 광주의 한 장례식장.

참사 이틀째인 전날부터 4명의 희생자가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 품으로 돌아와 광주지역 장례식장 3곳에 몸을 뉘었다.

그나마 다른 희생자 시신보다 상태가 온전한 탓에 남들보다 먼저 가족을 만나게 된 것이다.

다른 20대 여성 희생자는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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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뒤덮인 장례식장
희생자 4명 안치… 5명은 신원 미확인
태국여성 남편 “아내 고향 가고 싶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12월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무안=최현규 기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빈소가 마련된 31일 오후 광주의 한 장례식장. 상복을 입은 가족과 친지로 보이는 유족 30여명이 고인의 이름과 호칭을 부르며 오열하고 있었다.

일부 유족은 희생자의 영정 사진을 보며 생전에 더 잘해주지 못한 부족함을 스스로에게 질타하듯 목놓아 울었다.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된, 아니 준비도 못한 급작스러운 참사로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원망하며 한없는 그리움을 쏟아내는듯 보였다.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보이는 한 유족은 멍한 상태로 영정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참사 이틀째인 전날부터 4명의 희생자가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 품으로 돌아와 광주지역 장례식장 3곳에 몸을 뉘었다. 그나마 다른 희생자 시신보다 상태가 온전한 탓에 남들보다 먼저 가족을 만나게 된 것이다. 다른 20대 여성 희생자는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나 50대 남편만 먼저 자리에 든 한 장례식장에선 부인을 맞으면 함께 장례를 진행하기로 했다. 마지막 부부여행을 떠나보내려는 가족의 슬픈 배려였다.

광주의 또 다른 장례식장엔 이번 참사로 숨진 40대 태국인 여성 A씨 빈소가 차려졌다. A씨는 이달 초 남편과 함께 고향인 태국 우돈타니에서 가족들을 만난 뒤 남편을 일찍 한국으로 보내고 홀로 돌아오다 참변을 당했다. A씨 남편은 발인이 끝난 뒤 유골함을 안고 아내의 고향에 가고 싶다고 했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인근 철조망에 31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다. 그 옆에 국화꽃 두 송이가 놓여 있다. 무안=최원준 기자


당국은 시신을 무안공항 격납고에 마련한 임시 안치소 냉동시설에 보관 중이다. 참사 희생자 중 신원 확인과 검안·검시 등이 모두 끝난 경우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 전날부터 시신을 인도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가족들이 시신 인도에 동의하면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생자 179명 가운데 아직 신원 확인이 안 된 희생자는 5명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추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최대한 신속히 신원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시신 수습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저희들이 약속했던 것보다 신원 확인이 늦어진 점 사과드린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과 통화해서 빠르면 오는 3일까지 시신편 606개에 대한 DNA 분석 결과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시신 수습이 완료되면 6일부터 모든 시신의 인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광주·무안=김영균 김용현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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