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까지 여러 버전 원고 준비…'재판관 임명' 택한 최상목 왜

박태인, 윤지원, 이경은 2024. 12.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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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여야 추천 몫인 2명(정계선ㆍ조한창)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또 다른 야당 추천 재판관인 마은혁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보류했다. 여야 합의 없는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하다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최 대행은 쌍특검법(내란ㆍ김건희 특검법)은 야당의 일방적 특검 추천권 등이 위헌적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계엄으로 촉발된 경제 변동성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와 권한대행 탄핵 소추 이후 급격히 확대됐다”며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합의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온 헌정사의 관행을 강조한 전임 권한대행의 원칙을 존중해 여야 간 합의에 접근한 것으로 확인된 정계선ㆍ조한창 후보는 오늘 즉시 임명할 것”이라며 “나머지 한 분은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한 총리가 탄핵된 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란 최 대행의 발언을 근거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야당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을 시사하자 최 대행이 한 총리를 만나 “나라와 경제가 어렵다. 불확실성을 끝내려면 헌법재판관 임명은 하셔야 한다”고 건의한 사실(중앙일보 2024년 12월 31일자 1면)이 알려지면서 기류가 급변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항공기 참사 수습 뒤까지 재판관 임명을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최 대행은 오히려 반대였다”며 “국무회의 직전까지 여러 버전의 원고를 준비했고, 최종적으로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행은 지난 17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계엄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퇴를 결심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국정농단 수사를 받았던 ‘탄핵 트라우마’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는 현행 6인 체제에서 8인 체제를 갖추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와 선고 모두 가능해졌다. 최 대행이 야당이 추천한 정계선ㆍ마은혁 후보자 중 정 후보자를 임명한 이유로 정부는 마 후보자의 정치 편향 논란에 대한 여당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 후보자는 2009년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대표 후원회에 참석해 후원금을 낸 사실이 알려져 법원장 경고를 받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사고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일부 참모들은 6인 체제가 지속될 경우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살아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계엄에 비판적인 두 명의 재판관이 추가되면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여야 모두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 소추와 재판 분리라는 적법절차 원칙을 희석시킨 것으로 강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선별 임명에 대해 “삼권분립에 대한 몰이해,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탄핵 사유임은 분명하지만, 비상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인내하며 가자는 것”(윤종군 원내대변인)이라며 탄핵과는 거리를 두는 기류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우 의장은 최 대행 결정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태인·윤지원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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