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는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협상의 대상 될 수 없다
[송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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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하지만 대통령과 국무총리, 몇몇 각료들은 일부 정치권 및 극우세력들을 향한 억지 궤변과 거짓 주장이 가득한 선동으로 내란 상황을 연장하고 있다. 국민이 지켜본 내란은 아직 진압되지 않았고, 반전을 노리는 책략의 검은 그림자는 걷히지 않고 있다. 지금 불법 부당한 비상계엄의 돌풍은 내란의 강을 건너 외환의 골짜기로 휘몰아치는 형국이다. 나라 위신과 생계를 걱정하는 국민의 분노는 이제 절규와 염원의 장벽을 무너트리려 한다.
돌이켜 보면 무모한 계엄선포 9일째인 12.12 군사 반란 45주년인 12일 발표한 한 여론조사에서 전 국민의 78%가 대통령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고, 68%는 즉각 체포 수사를 요구했다. 올해 8월 현재 총인구 약 5180만 명 중 최소 4000만 명 이상과 최소 35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각각 대통령의 탄핵과 즉각적인 체포를 통해 엄벌하도록 촉구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국민의 동의는 지역, 나이, 성별, 성향, 지지 정당 등을 초월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압도적 여론 상승 추이는 TV의 생중계와 신속한 심층 보도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인 휴대전 화 98% 보급률과 97%에 이르는 인터넷 보급률에 따른 행동하는 SNS가 이룩한 결과다.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국민들은 이 사태가 비록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다음의 몇 가지를 집단적으로 체감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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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4일 여의도에서 윤석열 탄핵 가결에 기뻐하고 있는 이명세 감독. |
| ⓒ 성하훈 |
국민은 4.19혁명, 부마시민항쟁, 5.18민주화운동 기간 중 발령된 계엄령의 악몽을 소환하면서 전했다. 특히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 5.18 내란 폭동과 내란 목적 살인의 참상에 대한 집단기억에도 불구하고 12.12 반란군에 맞섰던 군인 피해자 및 5.18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북한군 개입설 등 이중, 삼중 왜곡의 실상과 고통을 직접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헌법에서 명시한 민주공화정의 주체가 국민임을 확고하게 재인식하게 되었다.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날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절감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국민주권, 주권재민의 양보할 수 없는 각성과 각오의 시간을 전국적으로 축적했다. 헌법에서 권력이라는 말은 헌법의 이 조항에만 유일하다.
따라서 대통령, 행정 각부, 입법부 등의 권력은 사실상 국민이 위임한 권한임을 통찰하게 되었다. 손발이 시리고 귓불이 얼어붙으면서도 권한이 권력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국민만은 깨어 있어야 한다는 확신이 두터워지는 시간이었다. 이제 국민은 헌정질서의 최후 저지선을 구축했다.
셋째, 국민들은 국내외적으로 중차대한 시기에 명분 없는 비상계엄으로 흔들리는 국격과 신인도, 국방, 외교 안보 역량, 기업 경쟁력, 민생경제의 안정과 회복이 급선무라는 국민적 동의 아래 분명하고 조속한 내란 사태의 종결을 갈망하고 있다.
넷째,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탄핵 사태 해결 이후, 즉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후 관련 제도 개혁을 완비하고 마침내 87 체제 해체와 사회대개혁을 위한 개헌 등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국민 대중은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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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들이 투입되고 있다. |
| ⓒ 유성호 |
1949년 11월 24일에 제정된 계엄법 제1조는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제하여 병력으로써 군사상이나 공공의 안녕질서 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특히 경비에 필요한 지역을 구획하여 본법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4조에서 '비상계엄은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사변에 있어서 적의 포위 공격으로 인하여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된 지역에 선포한다'로 규정되어 있다가 5.18민주화운동 후인 1981년 4월 17일 최초로 개정된다.
개정된 계엄법 제2조 제2항은 '대통령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로 규정하여 비상계엄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만 발령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물론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유나 포고령 제1호의 내용이 헌법과 계엄법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란 지적에 대해선 헌재의 심판과 수사-재판 과정에서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계엄의 경우 4.19 이후 제3차 개헌(1960.6.15.)에서 계엄은 국무회의 의결로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가 5.16쿠데타 후 제5차 개헌(1962년 12월 26일)에서 현재와 동일한 내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초 전시, 사변, 교전 상태 이외에도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된 비상 상황에 대한 임의적 판단으로 계엄이 남발될 개연성을 안고 있다고 할 것이다.
5.18 조사위가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의 대정부 건의안에 비상계엄 발령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계엄법 개정을 권고했는데 이와 같은 개정이 추진되기도 전에 이번 내란 사태를 맞게 되어 안타깝다. 계엄법을 개정하면 군형법, 계엄사령부법, 군사법원법, 군법회의법, 군사기밀 보호법, 예비군법 등 6개의 군사 관계 법령과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경찰 직무집행법 등 2개의 경찰 관계 법령 등 최소 총 8개 법령의 연속적인 개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번 사태를 경험한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향후 개헌 과정에서 계엄 관련 규정도 발령요건을 최소화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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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
| ⓒ 유성호 |
첫째, 내란이 아니란다. 2시간짜리이기 때문이란다. 국회의원 체포지시의 '체' 자도 꺼내지 않았단다. 그렇다면 국민은 유령의 증언과 귀신의 방송을 보고 들었다는 말인가. 내란 예비 음모와 실행에 대한 증언과 기록, 심지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외환의 혐의까지 불거지는데 하늘을 가리려는 손바닥이 너무 좁아 보인다.
과거 대법원은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헌문란의 폭동 행위가 있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의 5.17 내란에 대해서는 '강압에 의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등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배제함으로써 그 권능 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므로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판시했다. 국회의원의 체포 지시에 의해 국회 봉쇄, 무장 병력 국회 본청 난입 등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체포도 없었고 계엄 해제를 의결했으므로 국헌문란의 폭동 행위가 아니라고 강변할 것인가.
1980년 당시에도 이번처럼 국회를 군병력이 장악하고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했다. 더욱이 12.3 내란은 체포, 감금 등을 준비했으며 계엄 해제안을 의결할 수 없도록 무장 병력이 국회 본청까지 진입하여 국헌문란의 폭동을 자행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또한 내란죄의 폭동성에 대해서도 폭동, 협박의 정도가 광의의 개념으로 판시했기 때문에 12.3 계엄으로 인하여 전 국민이 경악하는 등 전국의 평온을 해치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내란죄의 성립 요건 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할 것이다.
과거의 숱한 비상계엄 가운데 국헌 문란의 내란폭동으로 단죄된 것은 단 한 차례 전두환 등 신군부뿐이다. 그것도 15년 동안 국민의 줄기찬 죽음의 투쟁 으로서 헌법을 지켜낸 결과일 뿐이다.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둘째, 윤 대통령은 이번의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란다. 경고성 계엄이라고도 한다. 대통령 추종자들은 내란이 아니라고 했다가 증거가 쌓이자, 고도의 통치 행위론을 들이밀었다. 과거 대법원의 판결 시에 전두환 본인과 변호인 등이 제시한 것이 고도의 통치행위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의견 즉 소수의견으로 판결문에 남겨놓았다.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고도의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지만 신군부 세력에 의한 5.17 내란에 대하여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해진 경우에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이 마치 과거의 재판에서 고도의 통치행위 주장이 인정된 듯하게 발언하여 국민을 혼동케 하고 지지세력의 결집을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선 내란동조나 허위사실 유포 혐의적용을 엄격히 검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불법적으로 저지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내란죄의 폭동 행위가 명백하므로 응당 사법 심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셋째, 윤 대통령은 수사보다는 탄핵 절차를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어불성설이다. 헌법재판소의탄핵 심판은 국회의 탄핵소추에 따른 인용 여부 즉,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고 수사와 재판은 헌법, 형법,계법 등의 내란 및 외환 혐의의 유, 무죄를 판단하는 사법절차다. 판단의 주체, 절차, 진실의 범주와 내용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과정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검찰총장까지 지낸 대통령의 선택이라 보기에는 용렬하고 구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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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 ⓒ 유성호 |
어느 누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최고 권력인 국민, 그 지존의 행복한 미래와 죽음으로 지켜낸 민주, 자유, 정의를 위협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걱정이 있다면 이번 사태가 젊은이들의 희생을 부르는 불행으로 치닫지 않기를 빌고 빈다. 국민들이 피로써 길을 열어가지 않기를 소망한다.
내란죄는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와 수사기관의 애국적 결단과 쾌도난마의 파죽지세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것이다.
*인용 여론조사 개요
뉴스1이 (주)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2월 10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5명 대상으로 무선전화번호 RDD방식으로 피조사자를 선정한 뒤 구조화된 설문지를 바탕으로 전화 면접 조사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응답률은 14.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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