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밝힌 불빛은,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할 것이다
[이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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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12월 7일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사람들 |
| ⓒ 이태준 |
이른바 '남태령 대첩'. 한국 사회에서 소수로 밀려났던 농민들의 투쟁을, 각자의 약한 고리를 지닌 시민들이 연대를 통해 끝내 막혔던 길을 열어냈다. 내란수괴를 비호하는 데 정치생명을 건 한 국회의원은 농민들의 시위를 두고 "몽둥이가 답"이라며 망발을 내뱉었지만, 남태령에 모인 시민들은 집회·결사의 자유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농민에게도 실현되어야 할 권리라고 주장하며, "연대가 답"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전봉준투쟁단은 12가지 폐정개혁안 중 '여성·장애인·이주민·소수자의 혐오와 차별을 철폐하라'는 조항을 발표했었다. 이 개혁안은 남태령에서 현실이 되었다. 농민의 존엄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과제는, 결국 차별 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맞닿아 있었다.
2024년 12월, 시민들은 야만의 폭거를 멈춰 세웠고,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바라며 광장에 나서고 있다. 12월 3일 계엄이 터진 그 순간부터, 시민들은 내란세력을 엄벌하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가고 있다. 계엄군과 탱크를 동원하여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구시대 퇴행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자들에 맞서, 시민들은 빛을 뿜어내는 응원봉을 흔들고, 사랑을 꾹꾹 눌러 담은 K-POP을 떼창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질서를 구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응원봉과 K-POP이 울려 퍼진 것을 두고 이전과 다른 광장의 풍경으로 언급되지만, 무엇보다도 달라진 것은 광장에 나선 이들의 마음가짐이다. 이들은 단순히 윤석열을 탄핵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며, 윤석열 정부의 잘못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정확히 '윤석열'이라는 포장지를 뜯고 들여다본, 그것이 지향했던 힘에 의한 지배, 소수자를 향한 혐오 등을 거부한다.
12월 11일, 부산 서면 탄핵집회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고 소개한 유진(가명)씨는 쿠팡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파주 용주골 재개발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성노동자, 대학 당국의 일방적 결정으로 계속되는 동덕여대 시위, 장애인 이동권, 여성들이 겪고 있는 데이트 폭력, 성소수자와 이주노동자를 향한 차별, 지역혐오 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가 삶에 깊이 스며들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기억하자고 호소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 이후 8년이 지나도록, 민주주의가 일상의 불평등과 차별을 해결하지 못했기에 마주했던 깊은 상처들이었다.
광장을 밝힌 형형색색의 불빛에는, 탄핵이라는 촛불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주체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열망이 담겨 있다. 이는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면 해결된다는 식의 손쉬운 언설과 절연한 열망들이자, 2024년 광장이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이상(理想)이다. 광장은 대의를 앞세워 동료 시민들의 발언을 배제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누군가의 무기가 아니라, 바로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2024년의 광장은 갑자기 등장하였나? 그렇지 않다. 국회에서 탄핵이 선고된 순간 광장에 울려 퍼졌던 <다시 만난 세계>(아래 다만세)는 오랫동안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맞서온 페미니즘과 퀴어 운동의 대표곡이었다. 박근혜퇴진 촛불 이전부터, 그리고 촛불 이후에도 이들은 <다만세>를 목청껏 부르며 혐오세력과 맞서왔다. 타자가 겪었을 상처에 각자가 경험했던 차별을 겹쳐가며 연대의 감각을 배워왔다. 노랫말에 담긴 "언제까지라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에 안부를 물어왔다. 어쩌면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이들의 노래와 이들의 광장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차별에 저항하고 타자의 상처에 공감하며, 삶 깊숙이 스며드는 민주주의를 고민해왔던 그 시간이 모여, 광장은 한국 사회에서 밀려났던 주체들을 무대에 세우고 있다. 광장이 '미래'를 지향한다면, 바로 광장에서부터 혐오와 차별을 단속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집회를 꾸려야 한다.
이전과 다른 세상을 바란다는 그 열망들이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지켜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발언에 경청하며, 공권력에 고립된 농민들에게 달려가 함께 싸울 것을 약속한다. 무지개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를 상징하는 깃발을 몸에 두름으로써, 광장 이후의 세상에는 페미니스트와 퀴어, 나아가 소수자들의 인권이 실현돼야 함을 주지시키고 있다. 그렇게 오늘의 광장은 윤석열과 결별하는 곳이자, 차별에 맞서는 곳이고, 그렇게 미래로 향하는 곳이다.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열망이 광장에 밝혀진 가운데, 한국 사회는 무거운 절망과 고통을 마주하고 있다.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에서 국가애도기간를 선포하고 합동분향소를 설치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유가족에게 참사와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고 유가족이 바라는 추모와 진상규명의 과제를 성실히 듣는 일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관례적인 행정 처리로는 유가족이 겪고 있을 형언할 수 없는 상실을 위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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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는 지난 12월 5일부터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을 기획하였다. 2025년 1월 1일 수요일을 앞두고, 제주항공 참사를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 온라인 추모행동을 준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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