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상목 "헌법재판관 임명해야"…한덕수 탄핵 전 건의했다

윤지원 2024. 12.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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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탄핵 소추되기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셔야 한다”고 한 대행을 설득했다고 30일 정치권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때문에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22일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행 탄핵’을 시사하자 한 총리를 찾아 “나라와 경제가 어렵다. 불확실성을 빨리 끝내려면 헌법재판관 임명은 하셔야지 않겠나”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것엔 다 근거가 있을 테니, 그 판단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권한대행 체제가 또 탄핵 소추를 당하면 불확실성만 커진다”고 했다고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당시 최 부총리가 이런 설득에 나선 것엔 그와 가까운 원로들의 물밑 조언이 작용했다. 최 부총리와 원로 A씨 간엔 당시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A씨=“당신이 한 총리를 설득해라. 헌법재판관 임명하지 않고 버티면 탄핵 소추가 되는데, 나라 꼴이 어떻게 되나”

▶최 부총리=“한 총리가 탄핵 소추되면 국무위원 전부 다 물러날 것이다”

▶A씨=“물러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나.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헌법재판관 임명 안 해 헌정 질서가 무너지면 우리가 다 같이 함께 물러나겠다’는 각오를 한 총리에게 전하라”

이런 대화 끝에 최 부총리가 한 총리를 찾았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한 총리는 26일 대국민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라”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했고, 이튿날 민주당은 한 총리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탑승객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1


당초 정치권에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란 최 권한대행의 발언을 근거로, 그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거란 전망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이 직접 ‘헌법재판관 임명’을 건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조만간 최 부총리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내가 아는 한 최 부총리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실물 경제를 중시하는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끝까지 거부할 거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회는 지난 2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언제까지 임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부총리로서 건의와 권한대행으로서의 결정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란 여권 기조를 뒤집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재판관 임명을 강행했다간 국무회의에서 상당수 국무위원이 반대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금은 제주항공 참사 수습에 집중할 때”라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최상목 권한대행이 31일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선 3차례 국무회의에서 최 대행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은 김건희 특검법의 위헌 소지를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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