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북아현2구역 재개발 중단 위기?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12. 30.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심에선 조합 2심에선 성당 승소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2구역 전경. (윤관식 기자)
서울 강북권 알짜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서대문구 북아현2재정비촉진구역(이하 북아현2구역)이 아현동 성당이 제기한 소송에 패소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정비사업 마지막 관문으로 통하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가 취소되면서다.

2024년 12월 18일 서울고등법원 제4-3행정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아현동 성당(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이 북아현2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과 서울시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시행계획인가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북아현2구역 재개발은 북아현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9층, 28개동, 2320가구 규모 새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과 2호선 아현역을 끼고 있어 북아현뉴타운 가운데 알짜 입지로 꼽힌다. 시공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DL이앤씨 컨소시엄이다.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고 이듬해 조합설립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빠르게 받아낼 정도로 성과가 좋았던 사업지지만, 이후 조합 임원 비리 문제로 재개발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다. 그러다 2022년 사업시행변경계획인가를 받아냈는데, 이번에 성당과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그 내용이 취소돼 또다시 사업이 표류할 위기를 맞았다.

당초 북아현2구역은 성당을 이전해 아파트를 신축하려던 곳이다. 하지만 성당 측이 기존 자리에 남겠다며 존치를 요구했고, 2020년 ‘성당 존치’가 결정되면서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후 조합은 존치구역을 뺀 나머지 구역에 대해 사업시행변경계획서를 작성해 2022년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조권과 조망권 등이 문제가 됐다. 성당이 기존 자리에 계속 남은 채로 주변에 아파트가 신축될 경우 일조 시간이 줄어들어 일조권 침해가 발생하고, 신설되는 도로가 성당의 피난 계단 부지 일부를 침범해 안전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다.

성당 측 주장에 따르면 기존 ‘연속일조시간’은 대성당의 경우 6시간이지만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0분으로 급감한다. 수녀원의 연속일조시간도 2시간가량에서 0분으로 줄어든다. 나아가 성당 측은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할 당시 존치 건축물 소유자인 성당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이 위법이라며 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5월 1심에서는 법원이 조합 손을 들어줬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재개발 사업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토지 등 소유자들의 개별적인 이익을 조정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부여된다”며 “도시정비법에는 종교시설의 소유자를 주택이나 상가 소유자와 달리 특별히 취급하도록 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또 성당 측이 주장한 일조권·조망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사업시행변경계획이 관계 법령이 정하고 있는 건물의 높이나 이격거리, 용적률, 건폐율 등의 공법적 규제를 위반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존치 이후 일조권 등이 일부 침해되는 것을 사전에 인식이 가능했던 만큼 감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성당은 이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2심에서 고등법원 판단은 1심과 달랐다.

고등법원은 “아현동 성당의 일조권 침해는 매우 심각해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는 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한 것”이라며 “사업시행계획 내지 사업시행변경계획 작성 과정에서 성당 측이 조합 측에 계속적으로 협의를 요청했지만 조합은 별다른 합리적 이유 없이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변경 인가’ 취소, 타격 크지 않아

조합원 매물에는 여전히 9억 웃돈

조합은 즉각 상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문제는 설계 변경을 통해 해결하는 한편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2024년 10월 총회를 개최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서대문구청에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패소 영향으로 북아현2구역은 소송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추가 인가를 받기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관리처분인가는 기존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에 기반한 내용인 만큼 변경안이 무효가 된 상황에서는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통상 반년 정도면 끝난다”면서 “조합이 최종 승소한다면 사업이 6개월 정도 지연되는 것이지만, 최악의 경우(패소)에는 사실상 2~3년 전으로 돌아가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인가 취소 처분을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 없다고 선을 긋는다. 이번에 인가가 취소된 부분은 사업시행계획 ‘변경’ 부분에 한해서다. 변경 인가는 기존에 받아둔 사업시행인가에 대한 보완 조치 개념인 만큼, 기존의 사업시행인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북아현2구역 조합이 2심 판결이 나오자마자 설계 변경을 반영한 사업시행변경인가 ‘재신청’ 준비에 돌입했을 정도로 재개발 사업 의지가 확고하다”며 “당장은 사업이 수개월가량 지체되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북아현2구역에는 실망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북아현동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전용 84㎡를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합원 매물에는 권리가액에 8억~9억원가량의 웃돈이 더 붙어 있다. 전용 59㎡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 매물에 붙은 웃돈은 7억원가량이다. 권리가액이 1500만원이 채 안 되는 무허가 지상권에도 6억5000만원가량의 웃돈이 붙어 매물로 나와 있다.

조합이 예상하는 추정 일반분양가는 3.3㎡당 4800만원 선. 전용 84㎡(옛 34평) 일반분양가가 16억원을 훌쩍 웃돌 것을 감안해 조합원 매물 투자 가치를 계산해보는 것이 좋다. 북아현2구역 인근에 2015년 입주한 ‘신촌푸르지오(940가구)’ 전용 84㎡ A타입이 2024년 11월 15억7500만원에 실거래된 바 있다. 신촌푸르지오는 2320가구 대단지로 지어질 북아현2구역보다는 규모가 작고, 5호선 충정로역을 누리기 애매한 입지라는 점에서 가격을 비교해볼 만하다.

최근 소송과는 별개로 북아현뉴타운이 신촌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아현뉴타운(마포구)과 함께 신흥 주거지로 거듭날 거라는 전망도 긍정적이다.

북아현뉴타운 총 5개 구역 중 1-1구역(힐스테이트신촌), 1-2구역(신촌푸르지오)과 1-3구역(e편한세상신촌)은 이미 입주를 완료했다. 2구역과 3구역은 한창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노후 주거지 이미지가 강했지만 서울시청까지 도보로 이용 가능한 거리에 위치했고 광화문이나 을지로, 종로 등 도심 업무지구는 물론 여의도나 홍대, 용산 등도 가까운 게 큰 장점이다. 북아현뉴타운 5개 구역 중에서는 2구역 입지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서는 도심 접근성을 강조해 북아현2구역이 제2의 ‘경희궁자이’가 될 만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도 내린다. 경희궁자이에서 서울시청까지 도보 거리는 약 30분. 마찬가지로 2구역에서도 서울시청까지 도보 30분 거리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1호 (2025.01.01~2025.01.0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