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끝 251미터 떨어진 '콘크리트 둔덕'..."그게 왜 있나"
[김성욱 기자]
▲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
ⓒ 연합뉴스 |
▲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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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각 시설이란 비행기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일종의 안테나인데, 이번 무안공항 사례처럼 그 아랫부분이 단단한 콘크리트 둔덕으로 돼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콘크리트 둔덕은 활주로 끝에서 불과 251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활주로 인근에 이런 구조물이 있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안공항 콘크리트 방위각 시설의 위치와 재질, 강도의 적절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건 해외에서부터였다. 항공 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충격적이다. 착륙 시 조종사가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탑승객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라며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바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한 것이다. 그곳은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물 위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는 대개 땅에 고정돼 있지만, 충돌 시 비행기에 큰 손상을 주지 않도록 부러질 수 있게, 접힐 수 있게 설계된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비행기가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그대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ILS(Instrument Landing System, 계기착륙장치) 안테나를 설치할 때 보통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박아서 설치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등에서는 활주로 주변에 설치하는 안테나 등 구조물은 파손 가능하고 부러질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 영국 스카이뉴스의 30일자 보도 내용. 제주항공 참사를 다루며 "왜 활주로 끝에 단단한 구조물이 있었나?"라고 묻고 있다. |
ⓒ 스카이뉴스 캡처 |
제주항공 참사 비행기와 같은 기종인 보잉 737-800을 조종한다고 전해진 우크라이나 출신 조종사 데니스 다비도프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제주항공 참사) 비행기는 활주로를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활주로를 벗어나 로컬라이저 안테나에 부딪혔다"라며 "(무안공항의) 이 안테나를 만든 사람들에게 질문이 있다. 왜 이렇게 튼튼하게 만들었나"라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가 이 두꺼운 철근 콘크리트에 의해 즉각 멈춰섰다. 이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보라"고도 했다. 그는 "어떤 이유로 안테나를 높이 만들고 싶다면, 콘크리트가 아닌 (부러질 수 있는)금속 타워로 지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항공 산업 전문가인 제프리 토마스도 "활주로 근처에는 어디에도 벽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그 벽을 설치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무안공항의 단단한 콘크리트 둔덕이 국제민간항공기구(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ICAO) 규정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토교통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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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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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방위각 시설을 어떤 토대 위에 놓느냐는 공항별로 다양한 형태가 있다. 정해진 규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수공항이나 포항경주공항에도 이런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설치돼 있는 걸 파악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주 실장은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는 같은 문제에 대해 "규정과 해외 내용 등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는 중이고, 파악되는 대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주 실장은 다만 "국내에는 제주공항에서 콘크리트와 H빔을 써서 (방위각 시설)높이를 올린 바 있고, 여수공항과 포항경주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써서 높이를 올린 사례가 있다"라며 "해외 사례도 일부 조사해보니, 미국의 LA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이 콘크리트를 활용해 (방위각 시설을)올린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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