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동네 산책할 때 막대기를 챙기는 이유
[이승숙 기자]
" 9시 15분에서 30분 사이에 온천에서 봐."
아침 7시가 좀 지나 활터로 가면서 남편이 그랬다.
태국 치앙라이로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우리는 그동안 나름 여행 노하우가 쌓여 이제는 돌아다니며 구경하거나 그러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며 조용히 지낸다. 여기가 마치 한국의 우리 집인 양 동네 안만 다니고 한국에서 지낼 때와 비슷한 루틴으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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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치앙라이의 푸른 하늘과 초록 들판 |
| ⓒ 이승숙 |
은퇴 후의 연금 생활
그 후로 해마다 겨울이면 동남아로 가서 겨울을 보냈으니 햇수로 벌써 9년 가까이 동남아 겨우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돈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또래의 보통의 가정처럼 우리도 알뜰하게 살며 살림을 일으켰다. 남편의 외벌이로 살다 보니 생활은 늘 빡빡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느라 빚도 많이 졌다. 애들의 대학 등록금이며 방 얻느라 빌린 돈이 어깨를 내리눌렀다. 다행히 퇴직하며 받은 돈으로 빚을 다 갚았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아직도 빚에 눌려 지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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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치앙라이의 한가로운 풍경 |
| ⓒ 이승숙 |
남편과 온천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 하던 일을 접고 숙소를 나와 온천을 향해 출발했다. 온천까지는 걸어서 12분 정도 걸린다.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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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를 풀어놓고 키워서 개들이 동네를 돌아다닌다. |
| ⓒ 이승숙 |
"우리 개는 안 물어요. 괜찮아요."
낯선 사람에게 개가 위협을 하는데도 개 주인들은 '우리 개는 안 문다'며 '괜찮다'고 한다. 개 주인에게는 개가 달려들지 않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달려들 위험이 있다. 태국 사람들과 말이 통한다면 그들도 그렇게 말할 것 같다. 그 개들은 동네 사람에겐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낯선 동네 걷기, 개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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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길이라 더 정겨운 치앙라이 시골길 |
| ⓒ 이승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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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치앙라이 외곽의 동네입니다. |
| ⓒ 이승숙 |
온천으로 가는 길에는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집이 없는 것 같다. 몇 번 걸어서 가봤는데 돌아다니는 개가 없었다. 어떤 집 근처에 가면 개들이 사납게 짖으며 달려오지만 대문이 닫혀 있어 개들은 대문 앞에 멈춰서 짖기만 했다. 그 집은 개를 4마리나 키운다. 만약 대문이 열려 있다면 그 개들은 떼를 지어 공격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치앙라이는 4번 와봤다. 코로나 전에는 동네에 돌아다니는 개들이 더러 있었다. 그래서 가볍게 동네 산책을 하고 싶어도 하기가 꺼려졌다. 그런데 작년부터 돌아다니는 개가 부쩍 줄었다. 올해는 더더욱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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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때 우리 동네 길도 이렇게 흙길이었다. 치앙라이의 시골 길. |
| ⓒ 이승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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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걸었던 시골 길. |
| ⓒ 이승숙 |
걸어서 얻었다
나를 본 개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막대를 높이 치켜들고 눈에 힘을 주고 개를 보며 걸었더니 더 이상 가까이에 오지는 않았다. 그 후로 그쪽 길은 두 번 다시 걷지 않았다. 개가 무서워서 걸을 생각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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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앙라이 외곽의 시골 길. |
| ⓒ 이승숙 |
며칠 전에는 저녁 먹고 숙소 앞 골목길을 걷는데 저만치에 뭔가 깜박이는 게 보였다. '어? 뭐지?'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반딧불이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어릴 때 여름날 밤에 개울가에서 보곤 했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절로 탄성이 나왔다. "우와, 반딧불이가 있다니, 여긴 진짜 청정지역인가 봐요." 같이 걷던 사람에게 무언의 동의를 구하였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반딧불이가 날아가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다. 걷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순간을 걸어서 얻었다. 역시 걸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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