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찍어달란 건 안 찍고, 유튜버는 불난 데 기름 끼얹고"
[임석규 기자]
지난 28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남태령 대첩 뒤풀이 집담회'를 취재한 이후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대열에 합류하고 평택으로 돌아왔다. 약 12시간 동안 찬 바람을 맞으며 카메라·캠코더 장비를 들다 보니 피곤이 밀려와 사진·영상 파일들을 백업한 뒤 '내일 하루 쉴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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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공항에 모여 뉴스를 보면서 현장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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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1차 현장 보고 직후 참사 현장인 활주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 당국으로부터 가로막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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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족들이 참사 현장을 방문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잠시 면담하며 요구사항을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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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때 유가족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가족들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당했으니 지금 이 사고를 제대로 조사·통제가 되겠느냐'라는 엉뚱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그 발언을 한 사람은 긴 봉에 스마트폰을 매달고 촬영하고 있었다.
당시 모여있던 유가족들은 그에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 하는 거냐", "유가족들 사이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마라", "유튜버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그는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떠밀려 현장을 도망치듯 떠났다. 이 과정에서 한 유가족의 목소리가 필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기자들은 찍어달라는 건 안 찍고, 유튜버들은 숨어들어와 불난 데 기름을 끼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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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일 오후 2시 45분 쯤 2차 현장 보고가 진행될 공항 청사 1층 대기실에서 한 유가족이 정부 관계자에게 희생자 신원확인을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호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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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어지는 브리핑은 유가족 다수가 모인 공항 청사 1층 대기실에서 진행한다기에 다시 이동해보니 이미 대기실은 전국 곳곳에서 모인 유가족들로 만원이었다. 유가족들은 믿을 수 없는 소식과 현실을 눈물과 울음으로써 부정해 보기도 하고 다른 가족들과 통화하면서 현장의 최근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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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소방·지자체가 함께한 2차 현장 보고 시간에 이진철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장이 사고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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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의 소리가 안 들린다는 일부 유가족들의 항의 속에 소방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된 5명의 희생자 이름을 한 명씩 불렀다. 살아있을 것이라 믿은 유가족들의 절망에 찬 오열은 공항 청사를 가득 메웠다. 이후 오후 3시 30분쯤 다시 한 번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22명의 이름이 불렸다. 비통함 속에서 유가족들은 두 번째 공지 속 희생자 명단이 앞서 공지한 것과 다름을 지적하면서 정부의 대응·소통 미흡을 질책했다.
피눈물과 통곡이 마르지 않는 공항 청사에서 카메라 셔터음도 끊이지 않았고 ENG 카메라들의 시선은 그러한 아비규환의 장면을 담아내기에 바빴다. 그리고 기자들은 관계자와 유가족들의 발언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의 곁에 다가갔다.
기자의 본분이 현장을 담아내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과했다. 눈물과 통곡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기자들에게 유가족들은 "찍지 마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유가족들이 당국의 현장 보고와 후속 대처에 대응하기 위해 대표자를 선출하고자 회의를 열 때 기자들에게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기 위해 철수를 요구하면서 한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기자분들, 정말 죄송한데 저희가 유가족입니다. 연예인들 아니에요. 딱 한 판만 찍고 더 이상 찍지 마시고 뒤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억누르고 있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저희가 동물원의 원숭이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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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의 현장 보고와 후속 대처에 대응하기 위해 대표자를 선출하고자 회의를 열 때 한 유가족이 언론·미디어들의 과도한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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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기자협회도 재난보도준칙을 긴급공지로 내면서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상관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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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관계자의 입장표명을 취재하기 위해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렸던 상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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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환 추기경은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윤석열 정권의 퇴진 과정을 누군가가 '빛의 혁명' 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이 명제는 널리 확산되고 있다. 언론·미디어 종사자들도 이 역사를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여 자신을 혁신해 시민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려가야 하지 않을까. 그 까닭에 이 인사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어린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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