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증상 완화하는 ‘인지중재치료’ 아세요? 뇌 건강하게 해 해외서도 각광” [헬스조선 명의]

최지우 기자 2024. 12. 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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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인지중재치료 명의’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
사진=일산백병원 제공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노인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통계청 고령자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4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로 향후 계속 증가해 2025년에 20%, 2036년에 30%, 2050년에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덩달아 치매를 비롯한 신경인지장애 발병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며 노년기 뇌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노년기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인지중재치료가 꼽힌다. 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 이사장으로 재임 중인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를 만나 노년기 인지활동의 중요성과 인지중재치료에 대해 물었다.

-인지중재치료란?
“치매 등 신경인지장애를 예방하고 개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모든 비약물 치료를 말하며 인지자극, 인지재활, 인지훈련이 대표적이다. 인지자극은 미술, 음악 등과 인지활동(문제 해결 게임, 퍼즐 풀기 등)을 접목해 전반적인 인지능력을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인지재활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능을 회복하거나 대체 전략을 학습하는데 초점을 두는 치료다. 인지훈련은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과제를 통해 기억력, 주의력, 실행력 등 특정 인지 영역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외에 운동, 영양, 스트레스 관리, 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 신경조절장치 등이 모두 인지중재치료에 포함된다. 지속적인 치료를 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최소 3개월 이상 6~20회기씩 치료를 시행한다. 지금까지의 연구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인지중재치료를 6개월 정도 시행한 경우 예후가 좋았다.”

-신경인지장애 의심 증상은? 
“신경인지장애는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우울, 불안, 초조, 공격성, 배회 등 여러 정신행동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가 가장 흔히 나타나지만 이전과 행동이 달라지거나 성격이 변화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치매, 루이체 치매, 혈관성 치매 등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 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초기에는 기억장애가 두드러지고 이어서 언어 기능 저하나 기분 불안정 등이 나타난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행동 이상, 인격 변화, 언어장애 등을 보인다. 루이체 치매는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환시(幻視)나 파킨슨 증상이 동반되며 수면장애나 자율신경계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문제로 인지장애가 시작되며 병변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 수 있다.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의 평가와 신경심리검사 등을 통해 진단되며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서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진행을 늦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인지중재치료가 각광받는 이유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통해 인지중재치료의 효용성과 안전성이 입증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례로 핀란드 노인 인지장애 예방 연구(FINGER)에 의하면, 2년간 인지중재치료를 받은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 25% 향상됐다. 또 다른 중요한 연구인 ‘런던 택시 기사 연구’는 반복학습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사례로 뇌를 반복 자극하고 인지기능을 강화하는 인지중재치료가 뇌 연결성을 개선하고 부피를 늘려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런던 택시기사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2만5000개 이상의 도로와 주요 랜드 마크를 외워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들의 해마 크기가 일반인보다 커졌다. 국내에서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인지중재치료 연구 결과, 인지중재치료를 12주간 받은 환자는 대조군보다 인지기능점수가 유의하게 호전되었고 그 효과가 치료 중단 후 6개월까지 유지됐다. 이로써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았다.”

-인지중재치료가 권고되는 환자군 따로 있나?
“인지중재치료의 주요 치료 대상은 노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등 치매 고위험군이나 초기 치매 환자다. 각 치료마다 주요 환자군이 조금씩 다르다. 인지자극은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주관적 기억 감퇴를 호소하는 노인,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가 주요 치료 대상이고 인지훈련은 경도인지장애, 인지재활은 경도인지장애, 경증 혹은 중등도 치매환자에게 주로 시행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지중재치료가 약물 치료와 비교해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약물 치료는 특정 생화학적 경로를 따라서 효과를 발휘하지만 인지중재치료는 전두엽, 측두엽, 해마 등 뇌의 다양한 영역을 활성화시키면서 전반적인 뇌 건강을 개선한다. 인지 예비능(손상에 대비해 뇌 기능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능력)을 강화해 치매로의 진행을 늦춘다. 환자 인지기능상태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약물 치료 부작용인 식욕 저하, 구토 등이 없다. 그룹 활동이나 대면 상호작용 등을 포함한 치료가 많아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우울이나 불안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치매 진단 후에 처방받는 약물 치료와 달리 치매 진단 전 예방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치료 효과는 어떻게 확인하나?
“신경인지기능검사를 통해 주의력, 기억력, 언어 기능, 시공간 능력, 실행 기능 등을 평가한다. 이외에 구조적·기능적 뇌영상의학 및 우울, 불안, 초조 등의 정신행동 증상을 확인하는 다양한 척도를 통해 인지중재치료의 효과를 평가한다.”

-인지중재치료의 한계는 무엇인가?
“인지중재치료를 시행하더라도 단기간에 인지 기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 초기 환자의 경우 기억력, 주의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이 저하되고 우울, 불안 등이 동반된 상태라 치료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인지중재치료가 비급여라 시간, 비용, 치료 접근성 등의 문제로 치료에 꾸준히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현재 학회에서 환자들의 건강과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화에 최선을 다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다.”
-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학회의 주요 역할은?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 전문의가 주축이 돼 2017년 설립한 학술단체로 인지중재치료가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매 예방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 및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 AI 기반 치료 등 신기술과 접목한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간혹 검증되지 않은 인지 관련 프로그램으로 환자들의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어 인지중재치료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역할도 한다. 현재 인지중재치료 급여화를 위한 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으며 현재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 진행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의 주요 과제가 있다면?
“인지중재치료가 다양한 인지 기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고전적인 치료 방식을 넘어 운동, 영양, 혈관인자, 정서 등 생활습관 위험인자 관리를 위한 연구, 디지털 의료기기를 사용한 연구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지난 14일 진행된 추계학술대회에서도 그 일환으로 인지중재치료 학술상을 시상했다. 인지중재치료 활성화를 위해 이론적 근거가 뒷받침하는 검증된 프로그램 개발 및 관리, 제작 과정 여부 검증, 효과에 대한 평가 및 비용대비 효과 검증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치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신약과 디지털 치료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치매를 완전히 극복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치매 치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환자 가족들의 정신건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치매에 걸리면 온 가족이 힘들 수밖에 없다. 때때로 한계에 부딪혀 우울증, 불안,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에 가족과 보호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신경 써야 한다. 치매 환자들에게는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공격성, 분노, 식사 거부, 배회, 불면증 등 정신행동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공격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일 때는 약물 치료도 필요하지만 비약물적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약물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환자의 감정과 행동을 안정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환자가 갑자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는 차분히 다가가 이유를 파악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대개 일시적이니 즉시 반응하기보다 잠시 물러서 진정할 시간을 주거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게 좋다. 환자를 이해하고 가족들도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챙긴다면 환자를 돌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일산백병원 제공

이강준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진료과목은 치매, 우울증, 불안신경증 등이다. 2009년 미국 UCSF, 기억 및 노화 센터 연수를 다녀온 뒤 치매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 이사장,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부이사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신경정신의학, 노인정신의학, 정신신체의학 교과서의 공저에 참여하며 치매 관련 연구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최근에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알기 쉬운 치매 돌봄 가이드’를 출판하는 등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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