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주변은 철새 도래지…상공 1㎞ 내로 날아 이착륙 위험"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여객기 추락 참사의 원인을 두고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 충돌)’가 언급되고 있다. 조류 전문가들은 무안공항 인근이 겨울 철새의 도래지이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새와 충돌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남소방본부는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의 원인에 대해 “새 떼와의 충돌 등이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전인 오전 9시에는 한 탑승객이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 하는 중”이라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증가하는 버드 스크라이크…철새 이동시기 더 위험
버드 스트라이크는 새가 운항 중인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충돌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엔진 손상이나 동체 파손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자연적인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전국 14개 공항(인천공항 제외)의 버드 스트라이크 건수는 2019년 91건에서 지난해 130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철새가 한반도로 이주하거나 통과하는 시기가 되면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도 커진다. 특히, 겨울철인 11~12월이 되면 먹이를 찾아 100만 마리 이상의 겨울 철새가 한반도로 몰려들기 때문에 새 떼와 항공기의 이동 경로가 겹칠 수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13~15일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을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95종 132만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확인됐다. 평야나 갯벌이 많은 서해안을 따라 철새 도래지들이 몰려 있었다.
무안공항 인근의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서도 물새류 6930마리, 오리류 5849마리 등 1만 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다. 이 지역에는 113.34㎢에 이르는 대규모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이 자리 잡고 있어서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무안 갯벌 지역은 겨울철에 굉장히 많은 오리류들이 오는 철새 도래지 중 한 곳”이라며 “겨울 철새가 도래하는 지역에는 넓은 습지나 먹이터가 되는 논들이 있는데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조건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철새 도래지에 공항이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철새 1㎞ 이내서 비행…이착륙 고도와 겹쳐”
조류 전문가들은 특히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버드 스크라이크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새들은 보통 상공 1㎞ 이내에서 비행 활동을 하는데,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의 고도와 겹친다”며 “이착륙 시에 버드 스크라이크가 발생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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