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배제·수사 비껴선 신원식, 계엄 책임 없을까

김성욱 2024. 12. 2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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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회의' 참석 국가안보실 신원식·인성환·최병옥, 20일 넘게 직무 유지 중

[김성욱 기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1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 남소연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1년여 전부터 주변 참모들에게 계엄을 언급해온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 장관 시절 대통령으로부터 수차례 계엄 얘기를 들었던 것으로 파악된 신원식 실장을 비롯한 국가안보실 참모들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엄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반면, 신 실장과 더불어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최병옥 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 군사안보 참모들이 그대로 남아 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 안보실 참모 3명은 지난 4일 새벽 1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고 30~40여 분 후 국방부 지하 합참 통제실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원식 실장은 육사 37기, 인성환 안보실 2차장은 43기, 최병옥 비서관은 50기로,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2차 계엄 모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는 이 회의에는 현재까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정진석 전 비서실장과 신원식·인성환·최병옥 등 7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김 전 장관과 박 전 참모총장은 이미 구속됐지만, 나머지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해선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예비역 장성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 수사당국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과 총선 패배가 짙어지던 지난 3월, 그리고 총선 참패 후인 5월 등 윤 대통령이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9월부터 국방부 장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9월부터 국가안보실장)과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2024년 1월부터 국정원장)을 수차례 만나 계엄 관련 언급을 해왔던 것이 확인된다"라며 "내란죄 같은 중대 범죄가 벌어지고 한 달이 지났는데 대통령실 핵심 군사 참모들에 대한 직무 정지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한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 역시 "구조상 대통령에게 가까운 건 외곽 부처에 있는 장관보다 대통령실 참모"라며 "각 부처에서 보도자료 하나를 써도 대통령실이 일일이 관여하는데, 계엄 같은 큰 일에 국방부 장관만 관여했고 신원식 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월 국방 장관이던 신원식이 경호처장이던 김용현에게 고성까지 내며 계엄에 반대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면서 "신 실장이 계엄이 실제 이뤄지기까지 그 어떤 반대 표시도 하지 않은 걸 보면 결과적으로 계엄에 동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직무 배제 조치는 물론 조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김용현·신원식은 일심동체"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과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이취임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9.6 [국방부 제공]
ⓒ 연합뉴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던 2023년 10월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했지만, 2024년 8월 갑작스레 국가안보실장으로 발령됐다. 같은 날 대통령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계엄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신 실장이 밀려났던 것 아니냐고 해석하지만, 그렇다고 군사안보 관련 대통령 직속 최고위 참모인 신 실장이 이번 계엄에 책임이 없다고 간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의원은 지난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신원식 실장도 지금은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외환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라며 "북한 변수를 끊임없이 (유도)하려 했고, 총알 한발이라도 나왔다면 비상계엄은 자연스럽게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 의원은 신 실장이 김용현 전 장관에게 '고성'까지 내며 계엄에 반대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선후배가 그렇게 언쟁하면서 싸웠겠나"라고 했다. 신 실장은 육사 37기, 김 전 장관은 육사 38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의원도 24일 SBS 라디오에 나와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런 교체가 계엄 사태에 대한 두 사람의 이견 때문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김용현과 신원식 중)누가 더 확실하게 계엄을 할 것이냐는 정도의 차이"라며 "언론에서 3월에 신원식과 김용현의 말다툼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뒤로 (둘의)관계가 계속 유지돼왔다"고 했다.

박 의원은 "NLL 선상에서의 자주포 실사격 훈련 등은 신원식이 국방부 장관일 때, 국가안보실장 할 때 진행된 것"이라며 "김용현과 (신원식) 안보실장과 윤석열의 합의와 동의, 보고와 지시 없이는 안 되는 것이기에 이 3인은 일심동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란은 막아야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막지 않았다면 (신 실장도) 내란에 가담한 것이고 동조한 것"이라고 했다.

8월 국방부 장관 인사는 정보·특전·수방사령관 지키기… 신원식, 대수장 주도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왼쪽),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전임 국방부 장관이었다.
ⓒ 연합뉴스
급작스런 인사로 뒷말이 무성했던 지난 8월 신원식·김용현 국방부 장관 교대의 핵심 이유는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육군 사령관들의 교체를 막기 위함이었을 거라는 게 주된 해석이다. 계엄 핵심 인물인 문 사령관은 앞서 지난 7월 정보사 요원명단 기밀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으로 인해 직무 배제될 위기에 처했었으나, 8월 12일 갑작스런 국방부 장관 인사로 백지화됐다. 8월 8일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문 사령관 경질을 시사하는 언급을 한 뒤 불과 나흘 만의 일이었다.

국방 장관 교체를 통해 후반기 장성 인사 때 계엄 상황에 활용하려 했던 육군 특전·수방사령관의 거취에 변화가 생기는 상황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 지난 11월 25일 장성 인사 때에는 이례적으로 육군에서만 중장 진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보직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문상호의 정보사는 계엄 직후 선관위에 난입하는 등 핵심 역할을 맡았고, 육군 특전사와 수방사는 국회 등에 가장 많은 병력(각각 1100여명·200여명)을 투입하는 부대가 됐다.

부승찬 의원은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입장에서는 계엄군을 다 세팅해 놓은 상황에서 보직변경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비서관을 지낸 예비역 장성은 "더 행동적이었던 김용현을 계엄 최전선에 내세우고, 덜 행동적이었던 신원식을 뒤로 빼서 참모 역할을 시킨 것은 병법의 기본"이라며 "신원식을 비롯한 안보실 관계자들이 계엄 관련 회의에 참석했었던 것을 보면 퍼즐이 맞춰진다"고 했다.

신원식 실장은 그간 '부정선거'를 주장해 이번 비상계엄과의 연관성을 의심받는 예비역 장성들의 조직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대수장은 지난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에 반대하며 출범한 단체로, 그동안 전광훈 목사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유튜브에 부정선거 의혹 영상을 올리는 등 극우 활동을 해왔다. 신 실장은 대수장 초기 전략위원으로 조직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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