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팔아요” 실제로는 위스키… 중고거래 플랫폼 불법 횡행

이다연 2024. 12. 2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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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봉 공병 팝니다."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고가의 위스키를 불법으로 거래할 때 쓰이는 일종의 은어다.

26일 주요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여러 고급 위스키 공병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중고차 거래 시에는 소유주 이름을 확인하는 단계를 두고 있으나 안심할 수 없다.

중고차 거래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플랫폼별 거래 건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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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알바·중고차·고가 부동산 등
규제사각 악용한 수상한 거래 난무
허위·미끼 매물 감시장치는 태부족
게티이미지뱅크


“미개봉 공병 팝니다.”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고가의 위스키를 불법으로 거래할 때 쓰이는 일종의 은어다. 주류는 온라인에서 매매할 수 없으므로 위스키는 ‘공병’으로 불린다. 데이트 알바, 부동산 허위 매물 등 규제 사각지대를 악용한 사례도 중고시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한 수상한 거래가 난무하는데 플랫폼 기업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26일 주요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여러 고급 위스키 공병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가격은 5000원부터 50만원까지 다양하다. 공병 거래가 아닌 실제 주류를 판매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주류 판매 면허가 없는 개인이 온라인에서 술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개봉 공병’과 같은 표현으로 구매자에게 신호를 주거나, 공병 가격을 실제 주류 가격에 맞춰 책정하는 방식의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

불법 주류 거래뿐만이 아니다. 이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는 ‘데이트 티켓’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었다. 게시글 작성자는 여자친구 역할 대행을 조건으로 시간당 돈을 받고, 여행이나 동창회 등에 동행하는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 금액은 시간당 2만5000원이었다.

이 게시글에는 비난과 우려가 쏟아졌다. 노동력을 상품처럼 거래하는 플랫폼의 자유로운 환경이 윤리적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근 관계자는 “해당 게시글은 명백한 운영정책 위반 게시글로 미노출과 이용 제재 조치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서비스 가치를 훼손하는 시도는 엄격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고차·부동산 등 고액 거래 사기 역시 문제로 꼽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7094건이었던 당근 부동산 거래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3만4482건으로 뛰었다.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액은 지난 10월 기준으로 15억원을 넘어섰다.

개인 간 부동산 거래는 공인중개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허위·미끼 매물 등을 감시할 방법이 없다. 당근에서는 실명 인증 없이 게시글을 올릴 수 있어서 피해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지적된다. 중고차 거래 시에는 소유주 이름을 확인하는 단계를 두고 있으나 안심할 수 없다. 소유주와 판매자 명의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사기 위험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안전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고차 거래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플랫폼별 거래 건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에 들어서야 당근에 실명인증을 권고하는 등 감독 강화에 나섰으나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국회 국토위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등과 관련해) 당근 피해액이 30억원에 달하고, 모든 직거래 피해 금액을 합치면 1800억원 규모에 이른다”며 “한국부동산원 등 공공기관이 직거래 플랫폼을 포함한 실거래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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