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덕수 무책임과 야당 ‘탄핵병’이 부른 최악의 정국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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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요구하며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기다렸다는 듯 탄핵 돌진한 민주당도 문제
어제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즉각 내란 행위 공모·묵인 등의 사유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비상계엄 사태가 할퀴고 간 나라를 정상화하는 일보다 급선무는 없다. 그런데도 여·야·정 극한 대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 대행의 재판관 임명 보류로 헌재 정상화는 암초에 걸렸다. 재판관 임명을 두고 여야가 맞선 상황에서 한 대행은 결과적으로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대다수 학계는 물론 헌재와 대법원에서도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견해가 이어졌지만, 한 대행은 한사코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거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계엄사태 이후 지연 전술로 일관해 왔다. 대다수 여당 의원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에 불참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반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한 대행의 주장은 공염불과 다를 바 없다.
한 대행은 어제 담화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중대한 사안 중 하나가 헌법재판관 충원이라는 데 이견을 가질 분은 거의 안 계실 것”이라고 말해 놓고 행동은 그 반대다. 한 대행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헌재 정상화를 위해 한 대행을 바꾸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국정 혼란이 빚어질 수 있는 문제다. 가령 한 대행 탄핵안의 의결정족수를 두고도 총리에게 적용되는 재적의원 과반(151명)이라는 의견과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3분의 2 이상(200명)이라는 견해가 맞선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일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한다”고 밝혔으나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한 대행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될 경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다. 경제 선진국이라는 한국이 단숨에 세계의 우스갯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어제도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경제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이전부터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국 혼란은 아랑곳없이 탄핵에만 몰두하는 모습에서 수권 정당의 면모는 찾기 어렵다. 지난 10월 임기가 끝난 헌법재판관 3명 후임자 선출을 방해해 온 장본인이 민주당 아니었나.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 계엄 선언에 묻히긴 했지만, 민주당이 남용해 온 탄핵소추의 폐해는 심각하다. 한 대행을 설득하거나 여당과 협상하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곧바로 탄핵으로 돌진하는 야당의 모습은 탄핵 심판 절차를 방해하는 여당의 꼼수 못지않게 무책임하다. 한 대행의 무책임과 민주당의 ‘탄핵병’이 비상계엄으로 입은 국민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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