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아파트가 7억 됐다…올해 집값∙전셋값 하락률 1위 이 도시
올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세종시의 집값·전셋값 하락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 해 동안 40% 넘게 급등한 집값이 방향을 바꿔 최근 4년간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집값 급등기에 몰린 투자자들마저 떠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침체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6일) 기준 올해 세종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6.36%, 전셋값 누적 변동률은 -4.85%였다. 같은 기간 서울시 아파트값은 4.49% 올랐으며, 전국 평균 누적 변동률은 0.04%다. 올해 내내 집값이 내려간 대구(-4.76%)·부산(-2.73%) 등과 차이도 크다. 전셋값 역시 같은 기간 인천(7.15%)·서울(5.17%) 등은 크게 올랐지만, 세종(-4.85%)의 하락 폭은 두드러졌다.
2020~2021년 급등기 때의 집값 최고점 대비 회복률은 여전히 70%대에 머물고 있다. 당시 10억원에 거래됐던 아파트가 7억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2020년만 해도 세종시 아파트값(주간 조사 누적치)은 연간 42.37% 뛰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정치권에서 띄운 행정수도 이전 등 ‘천도론’(遷都論)’ 이슈로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이었다. 하지만 2022년 16.74% 하락했고, 지난해 5.14%, 올해 6.36%가 추가로 떨어졌다. '천도론'으로 세종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꼈고, 고금리 등의 여파로 주택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지역에 주택이 과잉 공급되면, 집값이 하락한다. 세종시의 경우 최근 2년간 신규 분양은 없었지만, 이전 분양이 많았던 탓에 입주물량은 올해까지 적정 수요(연간 1900가구가량)를 넘어서고 있다. 세종시로의 인구 유입이 줄면서 계획한 수요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종시의 인구계획은 당초 2030년까지 50만명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현재 인구는 39만명이며, 인구 유입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약 3000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일시에 몰린 투자 수요가 밀물처럼 빠져나가는 것도 집값 하락이 장기화하는 이유다. 세종 아파트 청약에서는 지역 상관없이 통장을 사용할 수 있었고, 초기 미분양이 많았던 시기에는 세제 혜택도 주어지면서 투자자가 불나방처럼 몰렸는데, 집값 약세가 지속하자 이들의 이탈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파트값 급락세가 3년째 이어지면서 세종의 지역 경제에는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3.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중대형 상가 전국 평균 공실률이 12.7%인 것과 비교하면 두배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자 상가 공실을 상품화해 임대인과 잠재적 수요자를 연결한다는 취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함께 상가공실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최근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았던 공무원들조차 집을 팔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거주목적의 인구 유입이 줄고 있는 데다 추가적인 투자수요가 들어올 여지도 크지 않아 당분간 세종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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