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시가 '남녀 갈등 조장' 지시? <조선일보>까지 진출한 '허위정보'

차원 2024. 12. 25. 19: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칭타칭 대한민국 '1등 신문'으로 평가받는 <조선일보> 가 한 웹툰 작가의 허위 정보성 발언을 검증 없이 그대로 인터뷰 기사에 실었다.

한편 기사를 쓴 <조선일보> 정시행 기자는 어제 오전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그렇지 않고 허위정보를 그대로 적은 것이라면 기사를 수정할 용의가 있는지'를 물은 기자의 메일에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 읽은 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웹툰 '이세계 퐁퐁남' 작가 발언 검증 없이 내보낸 <조선> ... 학자들 "금시초문" 한목소리

[차원 기자]

 조선일보에 21일 올라온 기사 '“퐁퐁남이 여혐이라고? 억울하다 말도 못하나 페미니즘 해도 너무해”'. ‘이세계 퐁퐁남’ 작가 퐁퐁의 답변은 명백한 '허위정보'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자칭타칭 대한민국 '1등 신문'으로 평가받는 <조선일보>가 한 웹툰 작가의 허위 정보성 발언을 검증 없이 그대로 인터뷰 기사에 실었다. 인터뷰이의 발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사실이 아닐 시 걸러내거나 부연 설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언론의 기본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21일 올라온 기사 '"퐁퐁남이 여혐이라고? 억울하다 말도 못하나 페미니즘 해도 너무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젠더 갈등에 배후가 있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웹툰 '이세계 퐁퐁남' 작가 퐁퐁은 "제 또래 남성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성별 갈라치기로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가정을 해체하고 국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싸움을 붙일 이유가 없지요. 100년 전 이탈리아 공산당을 만든 안토니오 그람시는 '좌파 혁명을 위해 지속적인 교란을 일으키고, 교사의 권위를 약화하고,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하라'고 했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 아닙니까?"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그람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걸로 밝혀졌다. 그람시의 어떤 저술과 발언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학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했고, '그람시 역사적 블록 개념을 통해 본 한국지배계급연구' 논문과 <그람시의 군주론> <그람시와 한국지배계급 분석> 등 책을 쓴 김종법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사실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람시의 혁명전략과는 별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도 "그람시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고, 기유정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연구원 또한 "어디서도 저런 이야길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허위정보에 날개 달아 준 <조선>

그럼에도 '퐁퐁'의 발언과 비슷한 내용의 허위정보는 '그람시의 조용한 공산혁명 11가지 전략' 등의 이름으로 커뮤니티/블로그/유튜브/인터넷매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퍼져 있다. 네이버 검색제휴 매체인 '라이브팜뉴스'에도 해당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극우 성향의 인터넷매체 '뉴스타운' 또한 유사한 내용으로 카드 뉴스를 만든 바 있다.

김종법 교수는 "당대 볼세비키즘이나 무력혁명을 주장하는 이들의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람시의 혁명전략은 오히려 지배계급구조와 역사적으로 형성된 지식인들의 정체성을 분석하여, 피지배계급 중심의 새로운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방법과 수단을 제시했다. 무관심보다는 실천을 강조했으며, 노동자와 농민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실천하고자 한 사상가"라고 설명했다.

이미 허위정보가 널리 퍼져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1등 신문이자 레거시 미디어의 대표 주자 <조선일보>에 해당 내용이 실린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미 기사 역시 이곳저곳에 많이 공유됐고, 앞으로는 이 허위정보가 <조선일보>의 이름을 달고 유포된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조선일보> 기사보다 훨씬 영향력이 적은 기사를 쓰는 나도 인터뷰 기사를 쓸 때는 항상 인터뷰이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 후 적는다. '따옴표 저널리즘', '받아쓰기 보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한편 기사를 쓴 <조선일보> 정시행 기자는 어제 오전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그렇지 않고 허위정보를 그대로 적은 것이라면 기사를 수정할 용의가 있는지'를 물은 기자의 메일에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 읽은 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기사 역시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