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어 대법도 “韓 대행, 대법관 임명 헌법 위배 아냐”
대법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법관을 임명하더라도 삼권분립 등 헌법상 제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고 밝힌 헌법재판소에 이어 사법부 양대 축인 대법원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오는 27일 퇴임하는 김상환(58·사법연수원 20기) 대법관의 후임인 마용주(55·23기) 대법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대법원은 “국회의 동의가 이뤄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는지”를 묻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회신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권한대행의 임명이 가능한 근거로 “탄핵소추안 의결 이전에 대법원장의 제청, 대통령의 제청 수용 및 대통령의 인사청문 요청이 완료됐고,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국회 인사청문을 통한 동의 절차도 거쳤다”는 점을 설명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마 후보자를 제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대법관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나, 임명절차에는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의 동의라는 사법부와 입법부 각각의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임명절차가 지연돼 대법관 공백이 발생한다면 재판 지연이 우려될 수 있고, 그로 인해 국민이 장시간 법적 분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했다.
‘韓, 임명권’ 두고 여야 대립…헌재·대법원 “임명 가능”
대법원의 답변은 여야가 대통령 권행대행의 임명 권한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현재 6인 체제인 헌법재판소의 후임 재판관 후보자 3명 인사 절차를 밟는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권성동 원내대표)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조속한 임명을 요청 중이다.
여야가 대통령 권한대행 임명권을 두고 대립하는 건 헌재가 6인이냐 9인이냐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 인용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는 6명이다. 국민의힘 뜻대로 현 6인 체제가 유지되면 헌법재판관 1명만 반대해도 탄핵이 기각되는 반면, 민주당 뜻대로 9인 체제가 완성되면 헌법재판관 4명이 반대해야 기각된다.
이런 상황에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헌재 재판관이 공석이 됐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24일 진행된 마은혁(61·29기)·정계선(55·27기)·조한창(59·18기)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세 후보자 모두 같은 입장을 밝혔다.
9인 체제 완성 속도전 중인 민주당은 지난 24일 세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한 데 이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MBC라디오에서 “26일 본회의에서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 후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는지 안 하는지 보겠다”며 임명하지 않을 경우 탄핵 추진을 시사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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