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와 조혼' 악습 대대적 단속에도…인도 5000명 체포

지난 9월 17일 북 카슈미르 쿠프와라 지구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을 듣고 있는 인도 여학생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의 한 도시가 지난해부터 18세도 안 된 어린 소녀들과 조혼하는 악습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으나, 1년이 지난 현재도 같은 문제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힌두스탄 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동북부 아삼주는 지난해 2월부터 아동 결혼 금지법 위반자 단속을 시작해 현재까지 약 5000명을 불법 아동 결혼 혐의로 체포했다.

인도는 18세부터 결혼할 수 있으며, 이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결혼하는 것이 불법이다. 하지만 인도의 가난한 시골 지역에서는 조혼이 만연하다.

이는 소녀들의 부모가 재정적 안정을 위해 미성년 자녀에게 결혼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딸을 일찍 결혼시키면 어린 신부의 가정은 금전적 지원, 식량 등을 받을 수 있고, 자식에 대한 부양책임을 줄일 수 있다.

현지 경찰은 "조혼 관습의 가장 큰 문제는 10대 소녀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매우 높은 사망 위험에 처한다는 것"이라면서 "많은 소녀가 13~15세에 임신하고 있고, 현재 인도는 높은 산모 사망률과 미성년자 사망률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도 당국은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조혼을 막고 있다. 아삼주는 성명을 통해 "아동 결혼에 맞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는 사회적 악을 근절하기 위해 계속 과감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대법원도 지난 2017년 "미성년자 아내와 성관계하는 것은 강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단속 이후 인도에서는 18세 이전에 결혼하는 여성 미성년자의 비율이 2005~2006년 47%에서 2019~2021년 23.3%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다.

한편 유니세프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 미성년자일 때 결혼한 사람은 2억 9000만 명에 달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