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까지 됐는데 직장내괴롭힘은 아니다?

박경환 2024. 12. 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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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자, LAW동건강] 노동청의 직장내괴롭힘 처리에 이의 있습니다

[박경환]

최근 노동법 이슈와 관련해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문제인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은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되었다.

법에서 규제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주요한 내용은 피해자와 목격자 등 누구든지 괴롭힘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괴롭힘 사실을 인지할 경우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와 행위자를 분리 조치해야 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경우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사용자는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불리한 처우를 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근로기준법에 들어온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만, 제도를 곳곳의 일터에 안착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괴롭힘 발생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조사나 보호조치 등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나 조치가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고, 사용자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

이에 2021년 한 차례의 개정을 거쳐 사용자의 객관적 조사나 조치 의무 위반, 조사관련자의 비밀누설금지 의무 위반,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과태료 부과 조항이 신설됐고, 해당 사항에 대해 관할 노동청이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조사 기간이 장기화하는 경우, 괴롭힘 성립 요건에 대한 임의적 판단으로 그에 따라 조사자나 회사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는 경우,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노동청에 괴롭힘 신고를 하더라도 유사하게 발생한다.

무작정 길어지는 조사 기간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더라도 신속한 결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노동청에 진정하였을 때 소요기간은 25일이며, 근로감독관의 판단하에 25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 이상으로 기한을 연장하려면 당사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실제로 25일 이내에 신고 결과를 받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25일은 금방 지나가고 노동청에서는 '기간 연장'이라는 문자 한 통이 날아온다. 그럼 당사자는 다시 25일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렇게 총 50일만 기다려도 다행이다.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당사자 동의도 받지 않고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근로감독관이 회사에 괴롭힘 조사 시정지시를 내릴 경우 조사 기간이 더 길어지기도 한다. 특히 대기업 관련 신고 건일 경우, 노동청에서 회사를 봐주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괴롭힘은 조사기한을 촉박하게 주는 노동청이, 대기업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여유로운 조사기한을 보장해주기도 한다. 이런저런 사정을 봐주거나 조사가 지연되면서, 결국은 신고일로부터 3~4개월 후에 결론이 나오게 되는데, 신속한 결론과 조치를 원하는 피해자로서는 3~4개월이 아니라 마치 3~40년이 지나는 것과 같다.
 고용노동부는 직장내괴롭힘 진정의 경우 25일 내 처리하겠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이 기간 내에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 고용노동부 노동포털 갈무리
직장 내 괴롭힘 성립의 자의적 판단

직장 내 괴롭힘 요건에 부합하더라도 자의적인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자의적 기준으로 "지속반복성" 기준이 있다. 지속반복성 기준이란, 말 그대로 괴롭힘 행위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일회적이지만 폭행, 욕설이 발생하여 이에 대해 괴롭힘 신고를 했을 경우, 해당 행위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일부 근로감독관은 노동청 혹는 본인의 자의적 잣대를 기준으로 들어 지속반복성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법령에서 규정한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요건 중에 행위의 지속반복성은 없다. 그럼에도 노동청에서 임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것은 월권에 해당한다. 게다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시 피해자 등 신고인이 괴롭힘 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지속반복성 요건을 포함해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신고인의 행위 입증에 대한 부담감을 훨씬 높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연구용역을 통해 지속반복성을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요건에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노동자의 접근성을 제한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대한 법적 취지를 무력하게 하는 행태이다.

회사 차원의 괴롭힘 판단에 대한 독립적 판단 부재

노동청에 괴롭힘 신고를 하면, 노동청이 회사에 괴롭힘 조사를 하라고 시정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있다. 회사는 노동청의 시정지시에 따라 괴롭힘 조사를 하고, 이를 노동청에 보고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될 때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근로감독관이 직접 신고인, 피신고인, 참고인 등을 조사해야 한다. 법이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청이 회사에 조사 시정지시를 내리곤 한다. 노동청에서 회사에 시정지시를 내렸더라도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면 다시 당사자들을 불러 조사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회사가 제출한 조사결과를 노동청이 그대로 인용하여 결론을 내는 경우도 발견된다. 노동청이 작성한 괴롭힘 보고서를 살펴보다 보면 회사 조사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들도 있다. 심지어 검찰조차 명예훼손에 해당하여 기소한 건에 대해서 회사는 이것이 위법행위에 해당함에도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은 건이 있었는데, 노동청이 회사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용해 직장 내 괴롭힘 미성립 의견을 보고하기도 했다.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 판단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회피하려고만 한다.

근로감독관이 부족하다, 허위신고가 너무 많다 등 여러 핑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노동청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만 있는데, 조사 기간 연장 시 불친절한 통보와 임의적, 받아쓰기 결론은 피해자에게 노동부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노동부는 결자해지하여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사업장 내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 문화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2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박경환 님은 공인노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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