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 자기 '라인' 심기 바쁜 못 말리는 정치군인이었다" [월간중앙]

2024. 12.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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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 윤석열과 12·3 내란 모의한 김용현은 누구인가

“문재인 정부 때 대장 진급 실패로 민주당 계열 정치인에 앙심 품는 계기”
전역 뒤 고교 후배 尹과 술친구로…대통령실 입성 뒤 과잉 충성으로 사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혼군의 충복(忠僕)인가, 희대의 간신(奸臣)인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21세기 한국 군 내부에서 가장 문제적 인물로 꼽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조직 ‘하나회’를 연상시키는 충암파(충암고 출신 정치군인 사조직) 좌장으로서 45년(1979년 10·26사태)만에 대한민국 역사에 계엄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계엄 준비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지난 8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이어진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하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또 우리 군이 과연 따르겠는가”라고 반발했다. 그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연막작전이었다. 김 전 장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그를 둘러싼 주변인의 평가를 수집해볼 필요가 있다.


대장 진급에 실패한 뒤부터 권력에 집착


1959년 6월 25일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충암고를 졸업(7회)한 윤 대통령의 1년 선배다. 이후 육군사관학교(38기)에 입교해 육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07년 준장 1차 진급, 2010년 소장 1차 진급에 이어 2013년에는 같은 기수 중 유일하게 중장 1차 진급에 성공한다.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가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2016년 때였다. 당시 동기가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대장 1차 진급에서 탈락한다. 첫 진급 실패였다. 김 전 장관과 가까웠던 전·현직 군 인사들 말을 종합하면, 크게 낙담한 그가 이때부터 권력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번에 진급한 동기가 국방부 장관의 측근이라서 특혜를 받았다”는 식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 지향적 성향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2017년 발생한다. 문재인 정권 초기 유력한 합참의장 후보자였던 그가 한 기수 아래인 육사 39기에 밀려 다시 대장 진급에 실패한 것이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영웅 조작 사건’ 의혹이었다. 2011년 육군 제17사단 소속 병장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김용현 사단장 등이 이를 후임 병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영웅담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논란이 퍼지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용현의 대장 진급을 막았다. 당시 민정수석이 조국 전 의원이었는데,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군인 시절 좌우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교류하던 김 전 장관이 이 사건을 계기로 조국 전 의원 등 진보 인사들에게 적개심을 갖게 됐고, 결국 계엄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김 전 장관은 진급에 실패하고 몇 개월 후인 2017년 11월 전역했다. 김 전 장관은 충암고 한 기수 후배인 윤석열과 평소 서로 안부 정도만 묻는 사이였는데, 전역 후부터는 막역한 술친구가 됐다고 한다. 기업의 사외이사와 고문, 대학 강사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2021년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자 외교·안보 정책자문역으로 대선 캠프에 들어간다. 군복을 벗은 그가 다시 ‘정치군인’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6월 서울 종로 인근 피자집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최상목 경제수석과 함께 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2022년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김 전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개혁TF 부팀장을 거쳐 윤 정부 대통령실의 초대 경호처장에 올랐다. 이때부터 그는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첫째는 지나친 ‘심기 경호’ 논란이다.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인사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조치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윤 대통령을 향해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외치자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강 의원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들어 행사장 바깥으로 끌어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 정권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를 비판하자 마찬가지로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연행했다.

김 전 장관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주도한 심기 경호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상명하복이 몸에 배어서 어떠한 명령에도 ‘예스맨’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윤 대통령이 지시하면 어떠한 토도 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임하는 정부 내 대표적인 순장조로 꼽혔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 교체 시도하기도


그의 엇나간 충성심에 대한 일화가 또 있다.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시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국방부 기밀을 보안 해제하기 위해 국방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2022년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검찰이 국방부에 수사 자료를 받기 위해서는 군사기밀을 해제해야 했다. 이에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은 수사에 협조한다는 취지로 기밀에 대한 보안을 해제하려 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고 한다. 앞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계엄령 문건 유출’ 의혹으로 국방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국민의힘이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관련 2급 기밀 문건을 왜곡하고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송 전 장관을 고발한 사건이다.

군사기밀을 수사 자료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안을 해제해야 한다. 이는 국방부 보안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국방부 차관, 부실장, 각 군 참모차장, 방첩사 처장 등이 위원회를 구성한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문건을 수사 자료로 제출하는 건과 관련해 위원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높았다고 한다. 보안심사위 위원이었던 인사는 당시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바뀌니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겠다며 (검찰에서) 자료 요구가 쇄도했다. 자료가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검찰에 (자료를) 줘야 한다고 이종섭 장관과 용산 김용현이 계속 (보안 해제를 요구)했는데, 규정대로 해야지 그냥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론적으로 (보안심사위) 위원 13명 중 1명만 (보안 해제에) 찬성하고 나머지는 반대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보안을 해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김 전 장관과 이종 섭 장관은 윤석열 캠프 국방정책자문단 8인회 출신이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용우·이태형 법률위원장 등이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외환죄(일반이적죄), 한덕수 국무총리의 내란죄 위반 혐의에 관한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시기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부 인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2022년 8월 자신의 지인이자 국방정책자문단 8인회에서 함께 활동한 예비역 준장을 공석이던 국방부 인사기획관에 내정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그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용현 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중요하게 다뤄졌다. 당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자신의 인맥으로 국방부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핵심을 인사기획관으로 앉히려고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김용현은 국방부 장관이 된 후에도 자기 사람 심기에 힘쓴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관 교체설이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국방부 내에서 교체설이 돌았다고 한다. 강직하고 할 말은 하는 성격 탓에 김용현 장관이 측근인 A씨를 김 차관 대신 차관에 세우려고 한다는 소문이 국방부 내에 퍼졌다. 익명을 원한 국방부 인사는 A씨에 대해 “국방부 내 김용현 사단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심복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심복”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차관 교체는 소문만 무성했고, 김 전 장관은 3개월 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핵심 인물로 지목돼 자리에서 내려왔다. 공석이 된 국방부 장관 자리는 김 차관이 직무대행하고 있다.


“정치군인 악순환 끊어야” 군 내부 자성


9월 초부터 김 전 장관이 좌장인 충암파가 윤 대통령에게 계엄령을 선포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이 야권에서 제기됐다. 당시 장관 후보자였던 김용현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3개월 후 전격적으로 계엄령이 선포됐다. 국회에서 손바닥 뒤집듯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계엄령 선포가 국회에 의해 해제되자 김 전 장관은 국방부 관계자 등에게 소집해제를 지시하며 “중과부적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의를 표명한 뒤에는 “자유 대한민국 수호라는 구국의 일념뿐이었다”,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한 통치 권한”이라며 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오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두환 정권에서의 ‘하나회’, 이명박·박근혜 정권 ‘알자회(알고 지내자는 뜻)’, 윤석열 정권 ‘충암파’ 등 정치군인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 예비역 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인들이 정권에 따라서 흔들리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김용현은 장성들부터 모두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고 마구 휘두르려 했다. 가족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특정 인사를 끌어줬다. 그러면서 자기편이 아닌 군인은 쳐냈다. 특정 라인이 군을 장악하는 행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없어져야 한다. 정치권도 정치군인들이 아닌 진짜 군인을 중용해야 한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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