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환율이 오르는 두 가지 이유

2024. 12. 2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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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 문의가 크게 늘었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1445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안정을 찾았다가 다시 상승, 2년2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한 것이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국내적 요인과 대외적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우선 국내적 요인은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인해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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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 문의가 크게 늘었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1445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안정을 찾았다가 다시 상승, 2년2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한 것이다. 전고점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버린 환율을 보면서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는 투자자의 질문도 받은 바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율 급등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꼈다.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상보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 외국인 자본 유출 등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히 크게 느끼곤 한다. 그리고 환율 상승은 해외에서 수입돼 들어오는 물건의 가격을 높이면서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곤 한다. 이런 부작용을 익히 알고 있기에 시장 참가자들이 느끼는 우려가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똑같은 환율 상승이라고 해도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국내적 요인과 대외적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우선 국내적 요인은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인해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비상계엄과 탄핵 등 국내 정정불안 요인과 이에 대한 외국인들의 우려스러운 시각 등은 이런 국내 불안 요인을 키우게 된다. 국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보다 안정적인 투자의 대안을 찾고자 이동하려는 외국인이 늘면서 국내 자산을 매각하고, 이렇게 받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하면서 이탈, 원·달러 환율 상승을 촉발한다. 이렇게 국내적 요인에 의해 환율이 지속 상승하는 경우 달러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 통화 대비로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데, 한국 경제만 유독 약한 케이스에 해당되므로 상당히 우려 섞인 시선으로 환율 상승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대외적 요인에 의한 환율 상승을 생각해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 미국 예외주의가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졌다.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경기 둔화로 신음하는데 미국 경제만 유독 강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전 세계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게 된다. 미국 투자를 위해서는 당연히 달러를 매입할 수밖에 없는데,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을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의미하는 글로벌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과감한 관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의 수출을 어렵게 만들면서 미국 이외 국가의 통화 약세를 자극하게 된다.

만약 달러가 대부분 선진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데, 특정 국가 통화가 달러 대비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해당 국가 통화는 다른 선진국 통화 대비 상대 강세로 밀려가게 되며 수출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물가 상승 우려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을 시사했고, 이로 인해 다른 통화 대비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넘어섰는데 일본 엔화는 되려 935원에서 925원으로 원화 대비 약해졌고, 유로화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똑같은 1450원의 환율이라고 해도 국내 경제만의 리스크를 반영해 원화만 나홀로 약세를 보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글로벌 달러 자체의 강세에 기인한 환율 상승이라면 국내 경제 불안으로 인한 것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환율 상승에 대한 부정적 요인에 대해서는 지속 관찰하되 외환위기 가능성 등의 과도한 우려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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