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이 바다로? 제주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
기후위기로 드러나는 온갖 환경문제와 불평등 문제, 그로 인해 삶의 위협을 받는 존재들 곁을 지키는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기후위기가 왜 나의 문제인지 공감대를 만들고, 우리에게 닥친 생존의 위기를 고민하기 위해 생태공동체로서 공존하는 지혜를 모아보고자 합니다. <기자말>
[변정윤 기자]
▲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 제주2공항 건설예정지 |
ⓒ 위클리어스 |
"육지 살 때 제주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모임을 했어요. 그때는 좀 피상적이었던 문제들이 내려와서 보니까 구체적이고 더 심각하게 다가왔어요. 제2공항 문제가 엄청 이슈가 될 때였거든요. 그해 겨울부터 도청 앞에서 주민들이 농성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천막을 왔다 갔다 했어요."
▲ 비자림로 현장 투쟁 '비자림로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시민모임'의 비자림로 현장투쟁 |
ⓒ 비자림로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시민모임 |
제주에는 화산이 터지면서 용암이 흘러내려오다 활동을 멈추면서 돌처럼 굳어진 곳이 많다. 굳은 용암은 수천 년 동안 중력과 지각 운동에 의해서 깨지고 부스러지고 망가지고 헝클어지면서 울퉁불퉁한 돌밭을 만들었다. 돌밭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며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었는데 그곳을 곶자왈이라고 부른다. '곶'은 숲을, '자왈'은 덤불을 뜻한다. 곶자왈은 주로 해발 200~600미터인 중산간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모든 곶자왈에는 숨골이 있다.
"숨골은 구멍 같은 거죠. 제주도는 강이 없잖아요. 빗물이 다 지하로 빨려 들어가는데 숨골이 그 물을 확 빨아들이는 역할을 해요. 그 물이 지하수인데 지하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삼투압 작용이든 뭐든 하면서 정수 처리되고 그걸 상업화한 게 삼다수인 거죠."
숨골은 제주 방언으로 '숨굴', '숭굴'이라고 부른다. 숨골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지하수자원보전지구 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현재 285개소가 지정·관리되고 있다. 이곳은 어떤 개발도 허용되지 않는다.
▲ 제주 제2공항 부지에서 발견한 숨골 |
ⓒ 이매진피스 |
숨골은 바위틈 사이에 있는 구멍에 불과하지만 매 순간 호흡한다. 곶자왈 숲 안팎의 공기가 지하로 깊숙이 내려가 지열과 섞이면서 따뜻한 공기와 교류하고 다시 올라온다. 그렇게 숨을 쉰다고 해서 숨골은 제주의 허파라고도 부른다. 숨골 덕분에 곶자왈은 일 년 내내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숨골은 제주의 지하수를 함양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면서 농약의 과다한 살포나 오물 투기 등으로 지하수가 오염되는 취약한 공간이기도 하다. 해수면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바닷물이 지하수 안으로 침투하는데 지하수에 염분이 많아지면 농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성산 제2공항 예정 부지 안에 숨골이 여러 군데 발견됐어요. 공항에 활주로를 만들려면 숨골을 막아야 해요. 그렇게 되면 지하수 함양을 못 하게 되잖아요. 물이 숨골 안으로 못 들어오면 갈 데가 없어서 밖으로 흐르면서 홍수가 나거나 다른 물 문제들이 일어나게 되는 거죠."
숨골을 막으면 빗물을 함양할 공간이 줄어들어 평소에는 물 부족에 시달리고, 비가 오면 비를 받아줄 숨골이 부족해 물이 넘치는 일이 반복된다.
▲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위원장 비자림로 현장투쟁 |
ⓒ 비자림로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시민모임 |
"제주도 생존의 바로미터는 물이에요. 생태 한계선. 녹색당은 항상 제주의 수용성 문제를 제기해요. 수용성의 상징과 같은 것이 물이라고 생각해요. 제2공항이 들어서면 공항에서 써야 할 물을 상수원하고 연결시켜야 되는데 상수원 상황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요. 지금 도민들 하루 사용할 물의 양도 부족해요."
제주가 멈추지 않고 직진만 한다면 어느 순간 수용성이 무너지면서 균형이 깨질 것이다. 지하수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제주도의 물 소비량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하수처리장의 용량도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하수처리 용량을 초과하면 결국 하수는 바다로 흘러간다. 똥물이 그대로 흘러간다는 말이다. 제주의 바다는 오염되고 있고 바다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버려진 땅
지하수가 땅 밑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을 용천수라고 한다. 용천수는 주로 해안가에 분포돼 있어서 제주도민들은 대부분 바닷가 근처에 모여 살았다. 거기에서 농토와 주거지를 만들면서 살다 보니 땅이 되었는데 중산간에 위치한 곶자왈은 해안과 멀리 떨어져 있어 내버려 둔 땅이었다. 제주도 사람들은 산에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고 여겼다. 쓸모없는 땅인 줄 알고 골프장 부지로 팔아버린 중산간 지역. 29개의 골프장 밑에 갇히거나 파괴된 숨골이 몇 개인지 지금은 파악할 수 없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제주도에 불어닥친 관광 열풍은 외지인과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기장이 되었다. 중국인들은 무사증(무비자)으로 제주도에 들어왔고, 사람이 살지 않던 중산간 지역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SNS로 퍼져나가는 제주 한 달 살이와 제주도에 살던 연예인의 민박집 체험, 육지 청년들의 이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사람들을 제주로 오게 했다. 제주도가 급격히 변화하던 시기였다. 덩달아 부동산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2015년 가을에 제2공항이 성산지역에 들어설 거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때 거래된 토지매매 중 외지인들이 사들인 토지가 절반에 가까웠다.
"예전에는 1억짜리 땅 같은 경우 누가 좀 더 가져도 동네 안에서 얼굴 붉히는 것보다는 서로 잘 사는 게 중요했으니까 그냥 넘어갔다면, 지금은 돈 단위가 달라져 버리니까 소송으로 많이 가요. 형제들, 친척들 간에서도 의 상한 경우들이 굉장히 많아요. 명절 때 그런 얘기를 자주 듣다 보니까 서로 속상한 것들이 생겨버렸어요. 물론 다른 지점의 속상함도 있겠지만 결국 부동산이나 그런 것들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생각해요."
제주도는 전국에서 임금이 가장 낮지만 집값이 비싸지 않아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경기도 수준의 집값과 가게 임대료의 폭등으로 제주도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폭등을 부추기는 개발, 난개발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가 끝난 직후 제주 녹색당은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비자림로의 처참한 상황을 주민이 알려온 것이다. 그것이 비자림로 투쟁의 시작이었다.
▲ 2018년 8월 9일 제주시 비자림로 삼나무숲이 도로 확장·포장 공사로 나무가 잘려져 나가 속살을 벌겋게 드러내 있다. |
ⓒ 연합뉴스 |
"현장에 상주하면서 모니터링을 했어요.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찾아다녔고 발견도 했어요. '환경영향평가 문제가 있다. 재조사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공사를 막고 시간을 끌었어요. 바짓가랑이를 잡고 질질질질 간 거예요. 우리가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저감 대책인데, 저감 대책을 제대로 마련했는지 안 했는지 재판부는 판단하지 않아요. 저감 대책 승인 여부는 환경청이거든요. 그게 참 허탈하더라구요."
시민들이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제주도와 주고받은 그 많은 공문은 재판 과정에서 제주도가 노력한 증거물이 되어 면죄부로 돌아왔다.
제2공항, 비자림로 공사, 사라지는 숨골, 부동산 투기, 해수면 상승과 해양오염 등 제주도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 최전선에 있다. 김순애 위원장은 현재 제주도의 문제가 오버 투어리즘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공항이 생기고 도로를 확장하면 뒤이어 인프라들이 갖춰지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제주도를 파괴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프라 확장을 위해 돈이 들어오고 그 돈이 경제를 살린다고 여긴다.
"사람들은 되게 단순한 논리를 좋아하고 그런 논리가 팍팍 꽂히잖아요. 지금 먹고살기 어려워? 그러면 제2공항 예산 7조. 이렇게 산수적인 게 사람들한테 잘 먹히는 것 같아요."
관광객을 위해서
제주도는 비자림로 2.94km 공사가 끝나면 금백조로 10여km 구간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2공항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4차선으로 넓어진 금백조로를 지나면서 오름과 억새밭, 그리고 곶자왈을 감상하며 10km를 달린다. '뒤이어 키 큰 삼나무들이 양옆으로 줄지어 달리며 하늘을 좁고 가느다랗게 만들어 우리나라에도 이런 길이 있었나 싶어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던 비자림로. 속성수로 어디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방풍림으로도 쓰이고 헐벗은 산을 위해 재조림용으로 이용되던 삼나무 숲'(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주편 내용 일부 축약) 3500그루가 잘려나가 지금은 아름다웠던 위용을 잃어버린 비자림로 4차선을 시원하게 통과해 제주 시내로 들어간다. 관광객을 위한 완벽한 로드맵이다.
비자림로, 금백조로, 오름, 곶자왈, 원시림, 천연림, 용암동굴, 성산일출봉, 팽나무 군락, 모슬포, 제주마 방목장, 숲길, 숨골...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주변에서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자연 생태계를 가진 제주도.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태곳적부터 터를 지키며 살아온 생명을 무참히 지워버리는 인간들. 그 위에 쌓아 올린 인간 문명이 아름다울 리 없고 오래갈 리 없다.
이름이 무색한 생물권보전지역
제주도는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있고,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6년마다 재평가를 통해 세계자연유산 유무를 결정한다. 오만의 아라비아 영양보호구역, 독일의 드레스젠 엘베계곡, 영국 리버풀의 해양무역도시는 재평가를 통해 유산목록에서 삭제된 바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보존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세계자연유산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으로만 보게 될지도 모른다.
"제주도만큼 환경이라는 언어가 오염된 지역도 없어요. 제주도에서는 환경을 무시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정치인들이 환경이라는 말을 안 떠들 수가 없는 거예요. '2030 탄소 없는 섬'을 만들겠다면서 전기자동차 사도록 부추기는 계획들만 하죠.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을 보면 결국 성장 중심의 산업을 밀어주는 수준이에요. 종합적인 계획들을 도민들이 집단 지성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계속 토론하고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계속 개발과 성장을 외친다면 사회는 그렇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멈추고 다른 방식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이야기한다면 사회는 그렇게 변화할 것이다. 개발 목표가 우선이 아닌 생태 공간에 기반을 둔 사회건설, 그 위에 경제를 고려하는 성장을 이야기할 때다. 아름다운 비경(秘境)을 가진 제주도의 죄가 너무 무겁다.
* 1991년 민자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제주도개발특별법'은 청년 양용찬을 분신하게 만들었다. 열사는 '제주도를 하와이로 만들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필자소개] 변정윤: 작은책 편집위원 /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밀양을 살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등을 함께 썼다.
덧붙이는 글 | 기획공동진행:<(사)세상과함께>,익천문화재단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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