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 유치” “공사비 절감”…한남 4구역 잡기 파격 수주전

김원 2024. 12. 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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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조감도 위)을,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한강’을 내걸었다. [사진 각 사]

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두고 맞붙은 업계 1·2위(시공능력평가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경쟁이 과열 분위기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연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조합원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상업시설에 의료·교육·문화시설 등 관련 브랜드 약 80곳과 입점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명성이 높은 학원들을 입점시켜 단지 내에 교육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청사진이다. 강남 유명 병원브랜드로부터 입점 의향서도 받았다.

같은 날 현대건설은 조합 측에 ‘5대 확약서’를 제출하며 ▶공사비 절감 ▶금융비용 최소화 ▶공사 기간 단축 ▶상업시설 수익 확대를 통한 분양수익 극대화 등을 제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통해서만 조합원 가구당 72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수주전이 과열되는 것은 한남뉴타운 내 사업지 중에서도 조성 가구 수(2331가구)에 비해 조합원 수(1160명)가 적고, 총 공사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등 사업성이 좋아서다. 삼성물산의 경우 5개 구역(1구역은 존치관리)으로 나뉜 한남뉴타운에서 아직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해 이번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현대건설은 5990가구의 한남3구역에 이어, 4구역을 재개발해 총 8000가구 규모를 자랑하는 한강 변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우선 양측은 조합원들의 공사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고 제안 중이다. 원자잿값·환율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 중인데도 양 사 모두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940만원)보다 낮은 금액을 입찰가로 써냈다. 현대건설은 평당 공사비 881만4300원, 총 공사비 1조4855억원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평당 공사비 938만3000원, 총 예정 공사비 1조5695억원을 내놓았다. 다만 삼성물산은 당초 계획(2331가구)보다 많은 2360가구로 29가구를 늘려 매출을 340억원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공사시간은 현대건설이 총 49개월(본공사 43개월)을 제안했고, 삼성물산은 총 57개월(본공사 48개월)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성수·압구정·여의도 등에서도 수주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건설사 임원은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수주의 전초전 성격으로, 양측이 무리해서라도 시공권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 과정에서 무리하게 제시한 조건들이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높여 놓았는데,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조건들도 있어 자칫하면 향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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