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막식도 전에 수모 당한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조정훈 2024. 12.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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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국가철도공단 공사중지 가처분에도 강행... 시민단체 규탄 기자회견 열고 동상 주변 낙서 퍼포먼스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고 오는 23일 제막식을 갖기로 하자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22일 오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시가 지난 21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자 시민단체들이 22일 오후 동상 인근에서 규탄하고 있다.
ⓒ 조정훈
국가철도공단의 반대에도 동대구역 광장에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시민들이 '독재자', '내란원조'라며 동상 주변에 낙서를 해 제막식도 전에 수모를 당했다.

대구시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광장에 높이 3m의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 동상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밀짚모자를 쓰고 볏짚을 든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제막식을 앞두고 동상 주변을 차로 가로막아 시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수십 개의 천막을 친 뒤 '관계자 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출입금지 표지글을 붙였다. 제막식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오는 23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 제막 전날 박정희동상, 시민들이 흰 천 뜯었는데 [현장]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한 대구시가 12월 23일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제막식을 열기로 하자 대구시민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박정희 동상 주변에 접근하기 어렵게 승합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시민들이 동상을 둘러싸고 있는 흰 천을 뜯어내자 드러난 것은... 취재 조정훈 기자 ⓒ 조정훈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이 들어서자 22일 오후 시민단체와 지역 야당이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원조, 친일독재 박정희 동상, 당장 걷어치워라"라고 규탄했다.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계엄군의 총구에 맨몸으로 맞선 시민들, 광장을 메운 수만 명의 촛불이 내란세력 청산, 민주헌정 회복을 외치고 있는 이 때에 홍준표는 내란수괴 옹호도 모자라서 내란원조 박정희의 우상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대구시는 국가철도공단의 동상 설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워놓았다,
ⓒ 조정훈
 대구시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운 뒤 시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량으로 막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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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 시기에는 친일 부역자였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망국적 한일회담으로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했다. 또 정부수립 후 최초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내란 원조이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한 독재의 화신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시장에 대해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개발독재를 호령했던 박정희가 자신의 길을 상징하는 인물로 보였나"라며 "홍준표는 21세기의 단체장이 아니라 봉건시대의 폭군처럼 군림하며 제왕적 횡포를 부려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욕에 취해 망상에 허우적대는 사람은 홍준표 자신일 뿐"이라며 "노욕과 술수에 속을 국민은 없다. 홍 시장은 더 이상 대구를 망치지 말고 즉각 시장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임성종 범시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천막으로 동상 주변을 둘러서 시민들과 차단하고 제막식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그것도 모자라 저렇게 차벽을 또 세워놓았다"고 비난했다.

엄창옥 상임대표는 "내란의 범죄자를 처단하고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시대정신이 온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현 시국인데 시민광장 한가운데에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는 발상이 어느 나라의 말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대구시민 모두가 일어나서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반자유적인 이 획책을 막아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우상화 동상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지역 야당들도 박정희 동상 설치에 규탄 동참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자 시민단체가 22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진 뒤 동상 천막을 벗겨내려 하자 경찰이 동상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 조정훈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자 시민단체가 동상에 씌워진 천막을 걷어내는 등 강하게 규탄하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 조정훈
지역 정당들도 박정희 동상 건립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동상 설치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한숙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여성위원장은 "21세기 선진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우리 대한민국의 대구에서 5.16 쿠데타의 원흉이자 우리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독재자의 길을 걸었던 박정희 동상을 세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홍준표 시장은 대구시민의 수많은 반대를 묵살하고 동상 설치를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 행위자 다카키 마사오"라며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일이지 산업화 역군으로 기념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시장을 향해서는 "역사고 시민이고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대통령을 향한 집념 뿐"이라며 "국민들에게 위험한 인물일 뿐 대구시장 자격도, 대선 후보 자격도 없다"고 일갈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윤석열의 내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나온 대구시민 앞에 원조 내란 범죄자, 쿠데타의 원흉 박정희 동상으로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동상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 동상 천막 벗기고 낙서 퍼포먼스 "내란 원조"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23일 제막식을 갖기로 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22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진 뒤 동상 주변에 낙서를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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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자 한 시민이 '독재자 동상 왠 말이냐'라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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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자 시민들이 박정희 이름 위에 '독재자'라는 낙서를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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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박정희 동상 앞으로 다가가 천막을 벗기려 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청 직원 및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천막은 시민의 손으로 벗겨졌다. 하지만 천막 뒤에는 보온덮개로 동상을 덮어두어 형상은 드러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박정희 이름 위에 '독재자'라라고 쓰고 '대한민국 제5대~9대 대통령' 이름 옆에는 '내란 원조'라고 썼다. 또 '독재자 동상 웬말이냐. 홍준표는 물러가라'고 쓰기도 했다. 동상 주변에도 '독재자 박정희', '홍준표 물러나라' 등의 낙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동상 제막식이 열리는 23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에는 동대구역 광장에서 제막식을 규탄할 예정이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이날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26일에는 야4당이 모여 동상 철거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규탄한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 교수·연구자 연대회의도 성명을 통해 "대권 야욕에만 눈이 멀어 독재의 원조인 박정희 망령을 불러내 그의 동상을 세우고자 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작태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12.3 내란'을 '한밤중의 해프닝'으로 간주하고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이 아닌 통치행위로 규정한 홍준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홍준표는 대구시정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한편 동대구역 광장 소유권을 가진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대구시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국가철도공단 공사중지 가처분에도 막무가내로 동상 세워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를 상대로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지 못하도록 하는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대구시는 21일 설치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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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철도공단은 가처분 신청에서 "동대구역 고가교는 국가 소유 토지 위에 고가 구조물로 설치된 것"이라며 "준공처리 이전 설치공사 착수 자제를 요청하고 철도시설물 보호를 위해 협의에 의해 진행하라고 요청했으나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의 목적물 가액을 5000만 원으로 책정하고 대구시가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행하는 경우 위반 행위 1일당 500만 원을 부과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에 지난달 13일과 26일, 지난 6일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 시설물 설치 협의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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