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열사들의 정신은 시민정신으로 살아났다"
김근성 2024. 12. 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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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다 인혁당 사건으로 투옥된 이재형 선생의 20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21일 오후 3시 경북대학교 여정남공원(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앞)에서 열렸다.
이재형 선생은 경북대 출신으로 여정남, 이재문 열사와 함께 유신독재에 반대하다가 1974년 인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20년 형을 선고 받고 1982년까지 복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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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일운동가 이재형 선생 20주기 추모제 개최... 인혁당 사건 희생자 50주기 준비도 이뤄져
[김근성 기자]
▲ 경북대학교 여정남공원에서 민주통일운동가 이재형선생 20주기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
ⓒ 조수범 |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다 인혁당 사건으로 투옥된 이재형 선생의 20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21일 오후 3시 경북대학교 여정남공원(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앞)에서 열렸다.
이재형 선생은 경북대 출신으로 여정남, 이재문 열사와 함께 유신독재에 반대하다가 1974년 인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20년 형을 선고 받고 1982년까지 복역하였다. 이후 경북대학교 민주동문회 고문으로 활동하였으며, 2004년 수감 생활의 후유증으로 별세하였다.
이날 추모제는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경북대학교민주동문회, 여정남기념사업회의 주최로 열렸다. 현장에는 경북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교수, 노동조합, 민주진보단체 및 진보정당,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가족 등 40여 명이 참석하였다.
민중의례 이후, 이재형 선생의 약력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약력 소개는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재학생이 맡아 선배 열사의 활동을 상세히 낭독하였다. 다음으로 이어진 추모사에서는 이재형 선생에 대한 추억과 고마움은 물론이고 윤석열의 내란을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열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추모사를 진행하는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
ⓒ 조수범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는 이재형 선생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굉장히 온화하고 부드럽고 후배들에게 말을 놓은 적이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또한 선생 덕분에 여정남 열사(인혁당 사건 희생자)를 비롯한 걸출한 인물들이 나왔다며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하여, 자주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는 혁명가"라고 이재형 선생을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재형 선생의 계승하는 길은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 이재형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임구호 선생. |
ⓒ 조수범 |
경북대 출신으로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인 임구호 선생은 '우리들의 전위' 이재형 선생에게 전하는 편지를 발표하였다. 윤석열의 내란을 시민들이 막았다는 현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이 땅의 자주와 평화, 공동과 복지의 대동 사회가 이뤄지지 않는 한 산 자는 물론이고 죽은 자에게도 안식은 없다"라며 이재형 선생의 정신을 이어 나갈 것을 다짐하였다.
▲ 추모사를 하고 있는 임성종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
ⓒ 조수범 |
임성종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최근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박정희 동상 문제를 언급했다. 비록 박정희의 망령이 동상으로 돌아왔지만, 열사들의 정신을 꺾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열사들의 정신은 시민정신으로 살아났다"라며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싸워 나가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추모사가 끝나자 민중가수 박성운이 <부치지 않은 편지> 등 2곡의 추모곡을 불렀고, 유가족 대표로 이재형 선생의 부인인 김광자 여사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
ⓒ 조수범 |
한편, 추모제에서는 인혁당 사건 희생자 50주기 추모를 준비하는 순서도 있었다. 대구경북지역의 34개 시민사회단체는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략적인 50주기 사업 계획을 발표하였다. 행사위원회 결성 선언문도 낭독되었는데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결성 선언문 |
2024년 12월 14일,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여의도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형형색색의 100만 개 불빛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날 대구 동성로를 가득 메운 수만의 인파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힘당을 해체하라, 청년들의 함성, 시민들의 외침……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모두의 얼굴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하재완, 우홍선,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가 계엄을 선포하고 유신독재를 단행했을 때, 당신들은 독재자의 잔혹한 통치에 맞서 모든 걸 걸고 싸웠습니다. 서슬 퍼런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선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두려워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당신들을 박정희는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을 조작하고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1975년 4월 9일 새벽이었습니다. 당신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32년이나 걸렸습니다. 재심을 통해 2007년 1월 23일, 마침내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투쟁으로 이루어낸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반쪽에 불과했습니다. 당신들을 죽인 자들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조작과 고문에 가담했던 중앙정보부, 경찰과 검찰, 사형을 선고했던 판사들까지 누구 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대구 경북에서는 독재자 박정희가 구국의 지도자로 부활했습니다. 박정희 광장을 만들고, 박정희 동상을 세우며 독재자를 추앙하고 있습니다. 거짓된 역사를 바로잡지 못하면 독재의 망령은 다시 살아납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의 내란 시도가 그것입니다. 윤석열은 국회를 해산하고 야당과 민주 인사들을 체포한 뒤, 영구집권을 획책했습니다. 박정희의 부활을 꿈꾸었습니다. 제2의 박정희가 되고자 했습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망상은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 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50년 전 독재에 맞선 당신들을 기다린 건 죽음이었습니다. 그때의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독재의 총칼에 맞서기에는 우리들의 힘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패배한 것은 아닙니다. 역사에서 패배는 순간일 뿐입니다. 승리의 기록은 영원합니다. 독재자 박정희는 18년 만에 심판을 받았고,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당신들은 영원한 승리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는 윤석열을 탄핵한 민중의 힘을 통해 당신들이 지켜낸 민주주의의 승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곳 대구 경북에서도 수구 기득권의 50년 콘크리트를 부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독재의 역사 앞에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느껴온 'TK의 딸들'이 앞장섰습니다. 독재의 망령이 지배해온 대구 경북을 바꾸어내려는 청년들을 보면서 우리는 50년 전 유신독재에 맞선 당신들을 떠올렸습니다. 2025년 4월 9일은 여덟 분의 인혁당 열사들이 희생당한 지 50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이날을 함께 모여 추모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독재의 망령을 끊어내고 새로운 민주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습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박정희로부터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의 후예들을 완전히 청산하고, 인혁당 열사들이 염원했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세상을 결의하는 대동의 마당을 열겠습니다. 노동과 인권, 기후 위기 해결과 젠더평등 실현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연대의 장을 만들겠습니다. 형형색색 응원봉을 흔들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광장의 축제를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오늘 4.9인혁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를 결성하고 연대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대구 경북의 민주진보단체들과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2024년 12월 21일 4.9통일열사 50주기 행사위원회 |
추모제는 참가자들이 여정남공원 내 이재형 선생의 부조에 헌화하고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끝났다.
▲ 이재형 선생의 부조에 헌화하는 참석자들. |
ⓒ 조수범 |
▲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참가자들. |
ⓒ 조수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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