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안돼요" 분리배출하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유

김관식 2024. 12. 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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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뭉술 알고 있던 종이팩 배출기준, 명확히 알게 돼 실천 약속

[김관식 기자]

"그 우유팩은 거기에 넣으면 안 돼요.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다시 버려주세요."
"아니, 똑같은 종이잖아요?"
"잠깐 줘보세요. (잠시 이리저리 살피더니) 여기 '멸균팩'이라고 써있으면 따로 버려야 해요. 그럼 저희가 다시 분리해야 하고, (재활용 수거 차량이) 가져가지도 않아요."

지난 토요일 오후, 한 주간 쌓아놓았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모두 갖고 1층으로 내려갔다. 분리수거 장소에 다다르자 경비아저씨 한 분이 플라스틱 수거함을 설치 중이었다. 나보다 한 발 앞서 한 30대처럼 보이는 남성이 비닐 수거함을 거쳐 차곡차곡 쌓아놓은 종이를 폐지 수거함에 내려 놓으려던 그 순간, 경비아저씨와 그 남성 사이에서 오간 대화였다.

'멸균팩',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

'멸균팩?'
내가 가져온 재활용 쓰레기를 보니 그 틈 사이로 어제 저녁에 마셨던 우유갑이 하나 보였다. 슬쩍 경비아저씨 눈치를 보다 그것만 집어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뭐가 잘못됐나 싶어 가슴이 뛰었다.
 멸균팩 우유갑에는 '멸균팩'이라고 써 있다. 그리고 재활용이 어렵다고 적혀 있다.
ⓒ 김관식
순간 조금 전, 경비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 "멸균팩은 따로 분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연유가 궁금했다.

'멸균팩이라고? 그게 왜?'

우선 검색부터 했다. 지난 2022년부터 종이팩 분리배출 표시가 일반팩과 멸균팩으로 구분됐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각지붕 모양(게이블 톱)의 우유갑을 일반팩, 반면 직육면체의 형태로 음료가 담긴 것은 '멸균팩'이다.

따라서, 냉장보관이 필요한 우유나 주스 등은 '일반팩', 상온 보관이 가능한 두유나 소주는 '멸균팩'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뒤늦게 나마) 알았다. 일반팩의 내부는 흰색 종이인 반면, 멸균팩은 알루미늄 포일로 되어 있다는 것도. 마침 가져온 우유갑을 다시 들여다보니 한 켠에 '멸균팩'이라고 확실하게 적혀 있다. 바로 밑에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문구도 분명하게 보였다. 재활용이 어렵다니. 분리 배출이 아닌, 종량제 봉투에 넣었어야 했다. 겉만 보고 종이류에 함께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경비아저씨는 그 부분을 얘기한 것이다.

'멸균팩'이라 적힌 우유갑을 가위로 뜯어봤다. 내부는 짐작대로 알루미늄 포일로 되어 있었다.
▲ 멸균팩 내부. 알루미늄 포일로 코팅된 것을 볼 수 있다.
ⓒ 김관식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폴리에틸렌(PE) 필름-종이-PE' 이렇게 3겹의 내부 코팅으로 된 '일반팩'과 달리 '멸균팩'은 PE-종이-PE-알루미늄 포일-PE(접착)-PE 구성으로 무려 6겹으로 되어 있다. 외부 산소나 빛, 습기, 미생물 등을 완전히 차단하고, 30도 안팎의 높은 온도에서도 내용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장기간 유통 과정에서 변질도 막아준다.

따라서 '일반팩'이라 적힌 우유갑은 내부를 물로 한번 세척한 후 잘 뜯어 말린 후 20~30장씩 묶어 배출하면 재활용 업체가 일괄 수거해 별도로 분류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만큼 재활용 확률도 높아진다.

종이팩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고품질의 천연펄프로 제조한다. 그 천연펄프 자원은 향후 고급 화장지를 만드는 귀중한 자원이 된다. 다만, 재활용율이 알루미늄캔 80.6%, 유리병도 70%가 넘지만 일반팩은 26%가 채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제대로 된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멸균팩도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그 확률이 2% 그친다. 그 과정이 꼼꼼해야 하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종이류와 섞이면 곤란하다. 최근에는 제한적으로 핸드타월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플라스틱 뚜껑이 달린 우유팩(일반팩)은 멸균팩과 달리 내부가 알루미늄 포일로 구성돼 있지 않다. 뚜껑은 플라스틱류에, 우유팩은 '종이팩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 김관식
 한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종이팩 수거함
ⓒ 연합뉴스
모아 관할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 가져가면 종량제 봉투와 교환

아쉽게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종이팩을 별로도 분리배출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흩어져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지금까지 종이류에 함께 버렸다"고 말할 뿐, "종이팩 수거함은 못 봤다"고 했다. 멸균팩은 그렇다 쳐도, 고급 천연펄프가 원료인 종이팩까지 재활용하지 못 한다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집에서 뜯어봤던 멸균팩을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분리수거하는 곳으로 가봤다. 마침 그 경비아저씨가 계셔 먼저 인사를 건넨 후 잠깐 대화를 나눴다.

"고생 많으십니다. 자주 나와보시는 것 같아요."
"뭘요. 요즘 들어 쓰레기가 많아서 자주 나와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쌓이고, 날이 어두워지면 더 힘들어져서요."
"분리수거에 신경 많이 쓰이시죠?"
"그렇죠. 내 입장에서는 모든 게 잘 지켜지면 좋은데 그게 어디 쉽나요. 매번 지침이 추가돼서 입주민들도 힘들 겁니다. 종이도 구분해야 하고 플라스틱도 챙길 게 많아요. 작은 빨대나 플라스틱 포크는 재활용이 안 돼요."
"빨대요? 프라스틱 빨대요?"
"빨대나 일회용 포크는 워낙 작아서 재활용 자체가 되지 않아요. 볼펜도 마찬가지죠. 모두 종량제로 버려야 해요."
"아, 알겠습니다. 저도 신경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경비아저씨가 하나 귀띔해 줬다.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 종이팩이나 페트병 가져가면 종량제 봉투를 준단다.

다음 날 월요일 오전, 집근처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종이팩은 20kg에 20리터 짜리 종량제 봉투 1장, 페트병은 30개에 마찬가지로 1장 제공된다"며 "기한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 언제든 편하게 가져오면 교환해준다"고 말했다.

"일반팩이든 멸균팩이든 상관 없나?"하고 묻자 "전부 괜찮다.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환경운동, 거창한 것 아냐... 나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종이팩 재활용율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종이팩은 생산 단가만 따져도 동일한 용량의 페트병에 비해 20% 낮다. 제조 과정에서도 온실 가스배출량도 그 절반에 미치지 못 한다.

앞으로 나부터 종이배출 시 멸균팩과 일반팩을 구분할 줄 아는 자세가 환경을 생각하는 첩경이라고 본다. 또, 종이팩만 따로 모아 행정복지센터에 가져다 주면 환경은 물론 자원을 아낄 수 있는 지름길이고, 게다가 돈주고 사야 하는 종량제 봉투까지 준다 하니 일석삼조 아닌가.
▲ 엘리베이터 내에 붙은 아이스팩 분리수거 방법 안내문. 최근 물로 제작된 아이스팩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분리수거 방법이 변경됐다는 공지다.
ⓒ 김관식
얼마 전, 엘리베이터 내에 분리 배출과 관련, 새로운 공고가 하나 붙었다. 이전에는 아이스팩을 별도 설치된 수거함에 분리 배출했다. 이제는 내용물이 젤이 아닌 물로 된 구성품이 많아짐에 따라 모두 젤로 된 아이스팩은 그대로 종량제 봉투담고, 물로 된 팩은 물만 버린 후 비닐로 배출하거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 된다는 내용이다.

하나가 더 추가됐다. 그래도, 처음이 생소해서 그렇지, 습관되면 괜찮다. 조금 더 분주해질 뿐. 환경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 하지 않던가. 늦기 전에 실천해야 한다. 환경 운동이 거창한 게 아니다.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글쓴이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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