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 10대들이 가장 분노했던 지점
[김서연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촉구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응원봉(탄핵봉), 피켓 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 권우성 |
그동안 전국 곳곳에서 탄핵안 가결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며 온 국민이 한데 마음을 모았다. 연말을 마냥 즐길 수 없는 다양한 가족들과 직장인들, 나 같은 학생들까지 집회에 참석했다.
이번 집회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젊은 세대의 높은 참여율이었다고 한다. 1020세대들은 각자의 응원봉, 깃발, 플래카드를 들고 국회 앞에 모였다. 집회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듣는 K-POP 노래들이 민중가요에 섞여 나왔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내 또래들은 12.3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내 주변 고3 친구들 5명에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을 해 보았다.
Q: 이번 12.3 계엄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 10대의 생각이 궁금하다.
- 우선 친구들의 압도적인 의견은 대통령의 계엄 선언에 대한 것이었다. 친구들 대부분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왔다"라고 했다. 우리 세대가 이미 학교에서 군사 정권과 계엄에 대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다.
2명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언한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는데 동의했고, 3명은 "국가에 큰 위협이 없는데도 계엄을 선포했다"며 분노했다. 대통령의 계엄 선언을 바라보며 내 친구들은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서 계엄을 선포했을 것"이라고 했고, "계엄 선포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Q: 12.3 사태를 바라보며 우리 10대가 가장 분노한 지점은 무엇인가?
- 대통령의 12.3 계엄 선언 다음으로 친구들이 비판했던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투표를 마친 후 탄핵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국회 회의장을 나가버린 행태에 대한 것이었다. 이 장면을 보며 친구 P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에 대해 큰 실망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친구 K는 "이런 행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의원의 국회 활동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 응원봉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모습이다. |
ⓒ 김서연(본인) |
- 친구들은 현재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지적했다. 현재 대통령은 국민의힘 당에 소속되어 있다. 그래서 자칫하면 탄핵 반대가 특정 당에 대한 반대로 여겨질 수 있다.
친구 P와 K, S는 이번 사태에 대해 "특정 당을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바라보아야 한다"라고 했다. 어느 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탄핵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반대'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 부분에서 친구 S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당을 보고 뽑는 행태가 걱정스럽다"고도했다.
친구 K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17%(한국 갤럽 12월 6일 발표, 12월 4일~5일 전국 성인 1001명 대상 조사)인 것에 대해 "아직도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당일에는 몰랐는데, 대통령 탄핵안 가결 반대 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고 들었다. 난 정말 궁금해서 그분들에게 묻고 싶다. 국민들을 상대로 우리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눌 뻔했던 불법 계엄이 정말 괜찮은 거냐고. 그런 일을 행한 대통령에게 정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친구 P는 탄핵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고 느낀 점을 들려주었다. 친구는, 사람들이 든 아이돌 응원봉과 유머러스한 내용을 담은 깃발들을 보며 "사람들이 '집회'라는 심각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노력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런 우리나라 국민들이 떨어진 국격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도 했다.
친구 H의 말로 12.3 사태를 바라보는 10대들의 생각에 대한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지금 대통령이 있을 곳은 대통령실이 아니라 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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