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소비 불편해요” 가면 증후군이 뭐길래 [최순화의 마케팅 ‘와우’]

2024. 12. 2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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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시대에는 서로 얼마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신뢰 수준, 관계의 질이 결정된다. 말, 행동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자신을 나타내는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남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은 사람은 고급 브랜드, 고가 제품을 사용하고는 한다. 명품의 경우 성공과 권력, 영향력을 상징하고 소비자가 우월함을 느끼고 특권층의 일원이라는 신호를 전달한다.

그런데 명품 사용이 소비자가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진정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남들에게 특권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주는 불편감 때문이다. 고가 명품은 나에게 과분한 제품이라고 인식하게 돼 그런 제품을 사용하면 스스로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일라 오르다바예바(Nailya Ordabayeva) 보스턴대 교수는 이를 소비자의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으로 설명한다.

가면 증후군은 성공을 자신의 노력이 아닌 우연의 결과로 여기는 심리적 현상이다. 좋은 실적과 승진을 운이나 누군가의 실수 덕으로 여기면서 과대평가된 실체가 들통날까 두려워하는 식이다. 여기에 스스로 거둔 성과를 대단하지 않다고 여기는 경향이 지속된다면 가면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가면 증후군은 과거에는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주로 겪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성별, 인종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직무에 따른 차이가 설명되곤 하는데, 특히 마케팅 담당자가 가면 증후군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다. 광고, 고객 캠페인 등과 매출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듯, 마케팅 노력이 재무적 성과와 직결되는지에 관한 의문 탓이 크다.

오르다바예바 교수는 명품 소비와 가면 증후군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고소득층이 밀집한 뉴욕 한 지역에서 조사를 실행했다. 자신이 소유한 명품을 설명하고 그 물건을 사용할 때의 느낌을 물어보니 놀랍게도 많은 부유층이 명품을 사용할 때 스스로 진실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명품을 사용하지 않고 더는 사지 않으려고 다짐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과 어울리지 않아서’ 또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가품 소비가 진정성을 떨어뜨리는 과정에는 특권의식이 영향을 미친다. 나는 남보다 더 나은 것을 누릴 자격 있다고 생각하는 특권의식이 높아지면 고급 소비가 진실감을 떨어뜨리는 영향이 축소된다. 예를 들어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코스 요리를 먹을 때 나답지 않다고 여긴다면 진정성은 낮아진다. 그런데 특별한 날, 예를 들어 생일이라면 과분하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진실감의 하락폭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소비자가 스스로 특별하다고 느끼도록 한다면, 특권의식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고급 소비의 부정적 효과가 축소될 수 있는 의미다. 자신을 돋보이게 해 타인의 부러움을 사는 것으로 여겨지는 명품 소비는 정작 소비하는 사람의 진실감을 떨어뜨리곤 한다. 마케터는 고급 브랜드, 고가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면 증후군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여년 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권유했던 광고처럼 핵심 고객에게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방법이다. 눈에 보이는 실적을 넘어 소비자가 치르는 심리적 비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순화 교수 칼럼은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애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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