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원 무기화’로 반격…강대강 대치 [생생中國]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막판까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의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고,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일찌감치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2월 2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쓰인다.
특히 이번 수출 통제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됐다.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장비나 기술이 사용되면 통제 대상이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장비(SME) 24종 등에 대한 수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 기술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위한 첨단 AI 개발과 고성능 컴퓨팅에 사용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만큼 AI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기술 발전이 빨라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미국의 ‘중국 옥죄기’가 지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2기에서도 대중 제재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과 제3국 무역에 대한 간섭”이라며 “전형적인 경제 위협이자 비시장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 무역 질서를 파괴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월 3일에는 첨단 산업에 쓰이는 주요 소재인 갈륨·게르마늄·안티몬 등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차전지(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흑연을 수출할 때도 최종 사용자나 사용처를 엄격히 검토하기로 했다.
기술 자립에 대한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관세 장벽에 따른 수출 둔화까지 우려되자 하루 만에 ‘자원 무기화’를 내세워 사실상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다. 앞서 중국은 이런 미국의 제재를 예상한 듯 지난 10월 관련 조례를 만들며 밑작업을 진행했다. 중국의 4대 산업 협회도 자국산 반도체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산 희토류에 대해 미국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미국 군사 기업을 잇따라 제재해왔다. 이런 조치가 미국의 ‘빅테크’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12월 9일 미국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반도체 설계회사 멜라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제시한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자국 드론 부품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블룸버그는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우크라이나 방위에 핵심 역할을 하는 드론까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song.kwangsub@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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